추억 속에서 46

책, 책, 책

책, 책, 책 향기는, 오랫동안 기억된다. 언제나 그리움으로 설렘으로 다가온다. 아침마다 콧노래를 부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밤새 안녕한지 살며시 열쇠를 꽂고 문을 열면 확 밀려드는 냄새, 아니 확 안기는 향기, 코를 벌름거리며 잘 있었냐고 물으면 여전히 그 자리서 나를 반겨주는 책, 책, 책들이다. 도서관에 있는 만 팔천여 권의 책들은, 냄새가 아닌 향기로 다가와 항상 나를 설레게 하고 그리움마저 불러일으킨다. 가장 오랜 기간 변함없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책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글자를 배우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곁엔 책이 있었으니까. 물론 언제나 책을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 식탁에도 화장실에도 가방에도 언제나 책 한 권은 있어야 맘이 여유로워지고 뭔..

추억 속에서 2024.01.08

결혼 기념일에-

2020년 오늘이 3월 15일이다. 1986년 3월 15일 그 날로부터 34년이 지났다. 34년이란 세월이 이렇게도 빨리 지나갔구나. 늘 바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낸 적도 있고 별 의미 없이 보냈는데 요즘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로 시간이 많다 보니 뒤돌아보게 된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고 아침에 작은아들에게서 톡이 왔다. 축하 할 일인가? 내 삶이 축복받을 만한 삶인가? 뭘 축하 하냐고 했는데 축하할 일인 건 맞는 것 같다.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소중한 두 아들이 이 세상에 없었을 테니. 만약에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또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며 또 다른 자식이 있을 수도 있겠지. 아니면 지금까지 혼자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고... 몇 번 만나지 않고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해서 ..

추억 속에서 2020.03.15

응답하라,1988 / 추억의 한 페이지

응답하라,1988 / 추억의 한 페이지 할 일 많은 토, 일요일이 지났다. 월요일 아침 모두 나가고 혼자만의 시간이다. 갑자기 여유롭고 자유로워진 것 같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한 번 켜볼까? ‘응답하라 1988’, 들어보긴 했는데 시청은 처음이다. 재미있다고 한 것 같은데... 뭐지? 앞머리만 웨이브를 넣은 저 촌스런 핑클 파마, ㅎㅎㅎ 친구 생각 나네. 멋쟁이들은 반드시 드라이를 했는데... 밑위가 긴 청바지에 헐렁한 청자켓, 살색 보온메리야스, 석유 곤로, 마이마이 카세트, 브라운관 TV, 프라이드 자동차... 그 땐 그랬지. 이 보다 10년 정도는 앞 학번이지만 저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우리도 저랬으니까. 콘서트에 다니지는 못했지만 늘 카세트로 음악을 듣고 다녔지. 송창식, 김창완 펜이었으나 이..

추억 속에서 2016.02.01

그 겨울 사랑방 / '바디'를 바라보며-

그 겨울 사랑방 / '바디'를 바라보며- 날씨가 추워지고 시간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누워있는 시간이 많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으므로(내 방엔 없음)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보다 따뜻한 이불 밑에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고 있거나 누워서 책을 보게 된다. 예전 시골집 사랑방처럼 천정이나 벽지에 무늬가 없어서 기하학적 상상도 기발한 상상도 못하고 그냥 멍청히 있으면 바로 눈과 마주치는 벽에 걸린 옷걸이가 보인다. 오래 전부터 걸려있었지만 요즘 가장 많이 눈을 맞추는 물건이다. 옷을 걸어두려고 특별히 변형했지만 옷을 걸어두진 않는다. 둥근 구멍과 긴 구멍이 각각 열아홉 개 뒤집으면 반대로 된다. 저 구멍에다 새끼줄을 걸었었지. 저것을 ‘바디’라고 불렀고... 저것을 앞으로 젖히고 뒤로 젖히면 그 사이로 공간이 ..

추억 속에서 2016.01.03

편지 / 가림리 사람들

가림리 사람들 삼천 개 이상의 메일이 쌓여있는데 읽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고 그냥 둡니다. 거의 다 필요 없는 메일인데 보지 않고 지우기가 미안합니다. 나중에 한번 읽고 지우리라 생각하면서... 카페 메일은 더욱 더 그러 합니다. 그 중에 눈에 띠는 이름 하나, 권O옥...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워낙 바쁜 주간이어서 금방 답장을 쓸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마음 가다듬고 그리움에 잠겨 봅니다. 佳林(가림)리- 아름다운 수풀의 동네였던가? 이름만큼 아름답지는 않은 고향 부모님이 안 계시니 가지 않게 되고 반가워할 사람도 없다보니 멀어지게 되고 그러나 늘 가슴 한 구석 아련한 그리움이 걸리는 곳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던 거랑 위 다리 걸에는 언제나 동네 할매들이 모여앉아 길목을 막고 있었습니다. ..

추억 속에서 201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