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46

오랜만에 눈물 흘린 날 / 영화 '국제시장'과 '님아 그 강을...'

나를 바쁘게 하던 토요방과후 수업이 모두 끝났다. 쫑파티로 사제동행 영화관람을 하기로 했다. ‘국제 시장’을 본다고 했다. 제목이 뭐 그래? 하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니 무조건 시간이 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시내 나간다고 옷을 차려입고 10시, 영화관 앞에서 기다렸다. 선생님들 세 분은 일찍 와서 기다리는데 이 눔들 끝까지 말썽... 다섯 명이 30분이나 늦게 도착... 밖에서 떨다가 편안한 의자에 깊숙이 앉으니 얼마나 따뜻하고 편안한지... 바쁘게 보낸 일 년의 끝, 무엇이든지 돌아보면 아쉽고 고맙고 미안한 맘이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노부부( 황정민, 김윤진 분)가 부두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첫 장면, 주인공 덕수는 선장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잡고 있..

추억 속에서 2014.12.21

흐린 날의 오후 / 옷장을 정리하며-

흐린 날의 오후 / 옷장을 정리하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평소 청소를 잘 하지 않고 다니는지라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 청소가 지금까지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모레가 일 년에 한 번 시댁 식구들이 다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큰일이 있을 때면 음식 하는 일보다 청소하는 일이 더 힘든다. 옷장을 정리할 때면 버릴까 말까 하다가 다시 넣어두는 옷들이 있다. 사실 다시 넣어두어도 유행이 지났기 때문에 입지 않게 된다. 가격이 싸다고 덥석 산 옷은 입지 않을 확률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이 들어서, 새옷이라서... 또 다시 넣어 둔다. 옷 때문에 복잡해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버리지 않는 옷이 있다. 매년 보고 다시 넣어두고 했는데 오늘 보니 빛이 바래었다. 몇 년이나 되었나? 20년이 넘었나? 세탁소에 맡겨..

추억 속에서 2014.10.12

선물 / 썩은 사과의 추억

썩은 사과의 추억 ...... 어릴 때 느그 집에서 먹던 그 썩은 사과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느그 집 과수원 막에서 시험공부 한다고 모여서 사과만 실컷 먹고 책 펴자마자 자불다가 밤 열두 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며 공부했다는 뿌듯함으로 이튿날 다시 과수원 막에 모이고... 느그 집에서 얻어먹은 사과를 평생 갚아도 모자랄 텐데... 느그 아버지 보고 싶다. 왕비열전이나 전설따라 삼천리 참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시며 화롯불에 가래떡 구워 주시던, 우리가 즐겨듣던 유행하던 노래를 콩죽 묵고 배 앓는 소리라고 하시던... 겨울밤 사랑방 윗목에 있던 고구마 가마니에서 꺼내 먹던 살짝 언 생고구마 너무 맛있었는데... 늙은 호박을 술래 전으로 정해놓고 숨바꼭질 한다고 이리저리 굴리고 이불 밑에 들어가서 이불을..

추억 속에서 2014.01.26

생일 / 너를 기다리며...

11월 1일이다. 그저께는 큰아들 생일이었고 오늘은 작은아들 생일이다. 미역국은 끓여줬지만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서로가 바빠서 함께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외식보다 집밥 예찬자인 아들인지라 저녁에 일찍 들어오려나 작은 케이크 사놓고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친구가 더 좋은 시기이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사는 것이란 이렇듯 기다림의 연속이다. 돌아올 수 없는 임을 기다리고... 집 떠난 자식을 기다리고... 이뤄지지 않을 사랑을 기다리고... ...... - 아! 기다리는 일이란 얼마나 가슴 애린 일이더냐!

추억 속에서 201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