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수목원 나들이 / 힘내라 친구야

몽당연필^^ 2015. 7. 26. 09:45

                                                            <대구 수목원 분수대>

 

친구 세 명이서 만날 날짜 정하는데 1시간은 소요되었지 싶다.

모두 우째 그리도 바쁜지, 나는 이틀 약속이 잡혀 있을 뿐

모든 날들이 5분 대기조인데...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긴급재난 문자가 왔다.

오늘(25) 11시부터 폭염주의보 발효라고...

 

여름이구나. 휴가철이구나.

아직 선풍기도 켜지 않고 별로 더운 줄 모르겠는데 폭염주의보씩이나?

그렇구나,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구나. 휴가기간과 맞춰야 하는구나.

닫힌 세계에서 살다 보니 이렇게 내 위주의 생각만 하고 있다.

남보다 앞서도 안 되고 뒤 처져도 안 되는데 자꾸 한 발 늦다.

 

 

그리워하면서도 방학 아니면 만나기 힘든 고향친구와 만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라 막역한 사이였지만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살다 보니 자주 만나기가 어려웠다. 양로원에서 근무하며 노인들을 위해

봉사도 하고 열심히 살아온 친구가 어느 날 이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병명이 백혈병이라고 했다. , 이런 일이...

 

너무 억척같이 열심히 제 몸 돌보지 않고 사니 하느님이

이제 니 몸 좀 돌보라고, 쉬라고 이런 병을 주셨나보다.

그러면서도 친구의 손을 잡고 주책없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뭔가 자꾸 억울한 것 같았다.

다시 가보마 했는데 가보지 못하고 몇 개월이 흘렀다.

 

 

 

다음 주에 3차 항암치료에 들어간다며 치료를 받고나면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오늘이 컨디션이 좋은 날이라며 만나자고 했다.

모자를 쓰고 나온 친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해 보였고

예의 그 고향 친구만의 완전 촌시러운 정감어린 말투를 들을 수 있었다.

 

닫힌 공간은 싫다고 했다. 붐비는 곳도 싫다고 했다.

갑자기 수목원 생각이 났다며 깁밥과 커피를 싸가지고 왔다.

돗자리를 깔고 김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옛날 어릴 때처럼

누워서 하늘을 보며 그동안 밀린 많은 이야기를 했다들었다.

신앙생활을 하는 친구지만 몸이 좋지 않으니 마음도 약해져 있었다.

 

 <우리 사이나 수준을 알 수 있는ㅎㅎㅎ... 하고 많은 과일 중에 늙은 오이라니? 지금 봐도 우습네. 참 촌시럽게...^^>

 

 

자꾸만 섭섭했던 일,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상투적인 말만 했다.

다행히 치료를 받으면 수술을 하지 않고도 좋아질 수가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프면 주위의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고 섭섭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특유의 유머를 던지며 아픔을 견뎌내고 있다.

 

맛있는 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그래도 남은 이야기가 있어서

저녁 아홉시가 되도록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몸이 조금 회복되면 기차여행이라도 가야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되새기며...

오늘도 이리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