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312

초등학교 은사님 만나다

티스토리로 옮겨오고부터 블로그를 중단하고 있다. 생각도 체력도 예전보다 떨어진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하기도 힘든 것들이 많다. 꼭 기록해 두고 싶어서 오랜만에 여기에 들어왔다. 그저께 동료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했다. 서울엔 혼자서 간 적이 없었고 늘 누구와 함께 간 것 같다. 혼자 가려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생각 난 사람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을 하신 은사님을 뵙고 싶었는데 늘 미루어 왔다. 일 년에 한 두번 겨우 연락해 와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연락을 드렸더니 너무나 반갑게 보고싶다고 오라고 하셨다. 일흔 아홉, 내년이면 여든이신 선생님은 아직 목소리도 소녀 같으시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부부가 선생님 아..

그냥 2024.04.08

저녁 무렵

저녁 무렵, 오늘은 노을이 보이지 않지만 해 넘어가려는 이 시간은 참 쓸쓸하다. 점심 때 아들들이 와서 밥 먹고 갔다. 안 오면 오라 하고 오면 빨리 가라 하고... 오후 약속도 미루고 점심 준비하고 있었는데 톡도 늦게 보고 1시 반이 넘어서야 왔다. 집에 온다고 하면 벌써 그 시간부터 기다리게 된다. 부모는 누구나 늘 그럴 것이다. 어둡기 전에 가라고 해놓고 가고 나면 밀려오는 이 허전함, 이 가슴 깊은 곳의 저릿함은 어찌할 수 없다. 빨리 각자의 가정을 이루면 덜 할 것인데...

그냥 2021.06.27

10년 후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어 한 두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 2시였다. 3시나 4시라면 곧 날이 밝겠지만 아직 멀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아직 4시다. 불을 켰다. 오늘이 2021년 6월 23일이다. 꼭 10년 전 이 블로그를 개설한 날이다. 이맘때쯤의 날씨가 그리움을 불러오는가? 10년 전 그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나?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이 변했다. 모습도, 생각도... 퇴임후 시간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라도 할 것 같았는데 정작 꼭 해야만 할 책무가 없으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 앞에 앉는 것 조차 하지 않고, 하기 싫다. 인생 2모작이라고 하는데 별로 다가오지 않는 말이다. 코로나 핑계를 대지 않아도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다. 이 해도 반년이 지나갔다. 그..

그냥 2021.06.23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며-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며 방학과 퇴직은 다르다. 놀아도 달콤한 휴식은 아니다. 그러나 출근을 걱정 안 해도 되니 이전보다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다. 보통 저녁 9시나 10시에 자면 5시 정도에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눈이 나빠진 탓으로 책을 계속 읽을 수도 없고 밤에 딱히 할 일이 없으니 더 일찍 자게 된다. 어쩌다가 새벽 2시나 3시에 일어나게 되면 그 한밤중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소리 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니 서랍 정리나 옷장 정리를 하면 시간은 잘 간다. 새벽에 일어나서 옷장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잘 사용하지 않는 반짇고리함이 있다. 반짇고리함에는 아이들 돌잔칫상에 올렸던 무명 실타래가 헝클어져 있다. 무명실 쓸 일은 별로 없으니 어쩌다 한 가닥씩 뽑아 쓰고는 그냥 두었더니 ..

그냥 2021.03.14

선운사 감나무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답답하던 차에 친구가 부안에 함께 가자고 했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니 오케이~^^ 여태껏 비교적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당연히 말 안듣는 학생도 있고 어른도 있는 법이다. 친구와 단 둘이 가는데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되지 ㅎ 평생 남의 눈 때문에 할 일도 못하고 살았는데 남의 눈 좀 의식 안하면서 살고자 하니 또 이런 날이...ㅠ 선운사 동백 선운사 동구 /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아직도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선운사 감나무^^ 그저께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필 생각도 하지 않고 며칠 ..

그냥 2020.12.21

어쩌다 마산 창동^^ (11.21.)

지난 주(11. 21.) 친구들과 마산 '저도'에 가려고 약속을 해 두었다. 친구의 지인이 안내를 해주기로 했다면서 차 없는 우린 마산까지 일단 기차를 타고 가려고 예약까지 한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지인이 변고가 생겨서 안내를 못한다고 했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우리끼리 마산 뚜벅이 여행을 하기로 했다. 처녀 시절엔 마산이 가고싶은 여행지 1순위였던 때가 있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되는 이은상의 '가고파' 요즘은 창원과 합쳐지면서 마산이란 지명도 우리들에게 멀어진 것 같다.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한 기차여행은 또 다른 설렘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커피도 군것질도 금지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돌아오는 기차는 우리들만 타고 있었다. 갑자기 노선이 바뀐 ..

그냥 2020.11.30

연휴 사흘, 길다

하늘 푸르고, 날씨 맑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 좋은 계절, 가을 바빴던 추석도 지나고 그야말로 황금연휴다. 어디로 떠나든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지만 코로나란 것이 사람을 적으로 만든다. 코로나 핑계를 대면 무엇이든 합리적 답변이 되기도 한다. 어제는 냉동실과 김치냉장고 청소 하고 오늘은 정말 할 일 없어서 하늘 보고 누웠으니 싫은 것 같으면서도 익숙한 그 쓸쓸함이 밀려온다. 정말 일이 없으면 뭘하지? 퇴직을 하면 뭘 하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취미 생활? 취미도 없는 것 같다. 불현듯 베란다 창고 안에 버려져 있는 기타가 생각났다. 포크 기타와 클래식 기타 두 대가 있지만 이미 고물이 되어버렸다. 이거라도 해 볼까? 하고 줄 맞추다가 줄이 끊어져 버렸다. 아하! 무엇이든지 적당..

그냥 20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