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46

사무치는 그리움 / 무명베를 널며-

사무치는 그리움 / 무명베를 널며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 고향집에 갈 일이 없다. 지금쯤 쑥꾹새 우는 소리 들으며 복숭아 봉지를 쌀 때가 되었는가? 늘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만 생각한 것 같다. 내 주변만 생각하다 보니 부모님 생각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던 부모님이 안 계시니 부모가 되어도 이렇게 쓸쓸한가 보다. 장마가 오기 전 솜이불과 어머니가 직접 짠 무명베를 햇볕에 내놓아야 한다. 어머니는 딸 여섯을 시집보내면서 직접 무명베를 짜서 이불을 지어주셨다. 막내딸인 내게도 이불을 지어주시려고 목화를 길러서 솜을 타고 일일이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서 그 실에다가 사랑과 정성, 눈물을 섞어 무명베를 짜셨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몇 필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을..

추억 속에서 2012.06.10

생일 / 나 어렸을 적

음력 정월 초닷새, 여섯 번째 딸 태어나다. 온 동네 사람들이 섭섭해하다. 3대 외동이신 아버지 연세 쉰하나, 어머니 마흔다섯, 10년 만에 공들여서 낳았으니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네가 아들이었으면...' '너만 아들이었어도...' 아들이 아니어서 늘 죄스러웠지만 그래도 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좋다. 다음 생에서도 난 여자로 태어날 것이다. 책가방이 무겁다고 머리에 이고 학교까지 바래다주시던 엄마,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항상 강싯들 언덕 앞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엄마. 달려가서 엄마 품에 안기며 여덟 살까지 엄마 젖을 먹었던... 막내라고 늘 애처롭게만 바라보시던 부모님은 지금 안 계시고... 인터넷 검색해서 미역국 끓여주던 남자들도 멀리 가 있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추억 속에서 2012.01.28

편지 / 사랑하는 당신에게- (1986. 4. 8)

사랑하는 당신에게- 추억의 편지 코너를 만들어야겠다. 오래 된 편지 정리를 하였더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쏟아져 나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참 많은 편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었고 진심으로 썼던 기억도 별로 없는데 지금 보니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 군대 간 초등학교 친구에게 받은 편지도 있고 중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물론 여자친구)와 연애편지 비슷한 편지를 주고받았다. 지금 읽어보니 우습기도 하고 그때 우리들의 감상적이고 순수했던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친구와 함께 읽어보고 여고 시절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었다. 그런데 내가 보낸 소중한 편지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으니... 누구에게던가? 내용이 무엇이었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두루말이로 길게 보낸 편지들도 있었는데, 만약..

추억 속에서 2012.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