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생일 / 나 어렸을 적

몽당연필^^ 2012. 1. 28. 20:50

 

음력 정월 초닷새,

여섯 번째 딸 태어나다. 온 동네 사람들이 섭섭해하다.

3대 외동이신 아버지 연세 쉰하나, 어머니 마흔다섯,

10년 만에 공들여서 낳았으니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네가 아들이었으면...' '너만 아들이었어도...'

아들이 아니어서 늘 죄스러웠지만 그래도 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좋다.

다음 생에서도 난 여자로 태어날 것이다.

 

책가방이 무겁다고 머리에 이고 학교까지 바래다주시던 엄마,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항상 강싯들 언덕 앞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엄마.

달려가서 엄마 품에 안기며 여덟 살까지 엄마 젖을 먹었던...

막내라고 늘 애처롭게만 바라보시던 부모님은 지금 안 계시고...

인터넷 검색해서 미역국 끓여주던 남자들도 멀리 가 있고...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 내 배냇저고리가 있다.

겨울에 태어났는데 모시로 된 것으로 봐서 아마도

그해 여름쯤 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입혔던 것 같다.

내가 저 옷을 입었던 때가 있었다니...

모시옷이라 깔끄럽지 않았을까?

바람 잘 통하고 시원하라고

엄마가 직접 수놓아 만든 모시 배냇저고리

50년이 훌쩍 넘었다.

 

 

 

 

사달라고 말해서 받은 꽃선물이지만 감동^^ 요즘 꽃 엄청 비싼데ㅋ 

(꽃을 제일 좋아한다고 해도 다들 꽃선물을 잘 안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