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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그리움은 냄새로 남는다

그리움은 냄새로 남는다 향기는 존재를 나타내고 냄새는 생존을 나타낸다고 했던가. 향기는 모두에게 달콤하게 지나가지만 냄새는 추억을 간직한 사람에게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하는데 그대가 떠나고 없는 어느 날 불쑥 못 견디게 그대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나 음악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때로는 어떤 행동을 하면서 문득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드는 그리움이 있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머리를 감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김칫국을 끓이다가…… 눈발이 날리는 차가운 겨울 저녁 김칫국 냄새는 그의 냄새로 다가온다. 묵은 김치의 시큼한 냄새와 푹 삭은 양념의 맛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냄새로 오감을 자극한다.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잘 먹지도 않거니와 김칫국은 더더욱 즐기지 않..

나의 글 2011.07.10

수필 / 버스가 떠났다

버스가 떠났다 버스가 떠났다. 한동안 멍하니 버스 꽁무니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2, 3분 정도, 그래, 내 생애에서 이렇게 2, 3분 정도만이라도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방금 보낸 아들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15년이 넘은 그때 보낸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잘 있느냐? 잘 있어라. 말 한마디 할 수 있는 2, 3분의 이 시간- 해병대에 입대한 아들이 6주간의 힘든 훈련을 끝내고 후반기 교육을 받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이동을 한다고 했다. 그를 꼭 빼닮은 멋진 아들이 어느새 장성해서 군대에 간 것이다. 입대하는 날 아침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기껏 아들이 좋아하는 깻잎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염려와 당부의 말을 되풀이하면 오히려 잔소리로 들릴 것이고 서로가 눈물을 보이지 ..

나의 글 2011.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