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발바닥이 간지럽다. 씨앗들이 기지개를 켜며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겨우내 움츠렸던 다리 쭈욱 펴고 발바닥 까치발하고 머리 살짝 내밀며 봄비 맞는다. ‘봄비’하고 말하면 입술이 간지럽다. 간지러운 입술에 침을 바르고 엿듣듯이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싹들의 간지러운 웃음소리 들린다. 실개천의 버들개지 보드라운 솜털이 귓속을 간질인다. 봄비는 그렇게 우리들 가장 예민한 촉수를 살짝 애무하며 다가온다. 봄비는 실로폰의 ‘라’음으로 내려온다. 약간 반올림 된 실로폰의 맑은 음이 들린다. 노란 비옷을 입고 일기예보를 하는 아나운서의 퐁퐁 튀는 음성처럼 봄비는 물오른 가지에, 메마른 대지에 퐁퐁 튀는 악보 하나 던져준다. 봄비는 천천히 촘촘히 날실로 내린다. 사르륵사르륵 명주실 잣는 소리로 내린다. 한참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