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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봄비

봄 비 발바닥이 간지럽다. 씨앗들이 기지개를 켜며 뾰족이 고개를 내민다. 겨우내 움츠렸던 다리 쭈욱 펴고 발바닥 까치발하고 머리 살짝 내밀며 봄비 맞는다. ‘봄비’하고 말하면 입술이 간지럽다. 간지러운 입술에 침을 바르고 엿듣듯이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싹들의 간지러운 웃음소리 들린다. 실개천의 버들개지 보드라운 솜털이 귓속을 간질인다. 봄비는 그렇게 우리들 가장 예민한 촉수를 살짝 애무하며 다가온다. 봄비는 실로폰의 ‘라’음으로 내려온다. 약간 반올림 된 실로폰의 맑은 음이 들린다. 노란 비옷을 입고 일기예보를 하는 아나운서의 퐁퐁 튀는 음성처럼 봄비는 물오른 가지에, 메마른 대지에 퐁퐁 튀는 악보 하나 던져준다. 봄비는 천천히 촘촘히 날실로 내린다. 사르륵사르륵 명주실 잣는 소리로 내린다. 한참을 바라..

나의 글 2011.07.01

수필 / 가을, 목에 걸리다

가을, 목에 걸리다 가을이다. 문득 올려다본 파아란 하늘에 비행기 한 대가 하이얀 줄을 그으며 평화로이 날고 있다. 의무처럼 무릎을 깨고 다니던 서너 살 이후 그 어린 시절부터 저 비행기를 보며 먼 곳에 대한 동경과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그리움을 간직하기 시작한 것 같다. 동무들과 놀다가 모두 돌아가고 혼자 남은 해질녘, 마루 끝에 걸터앉아 바라보던 슬프도록 곱고 막막하던 하늘, 스산하던 자줏빛 수숫대의 울음소리, 엄마 치맛자락 꼭 잡고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내 손에 쥐어져 있던 오후 네 시쯤의 산그늘 한 자락. 그 때부터 늘 가슴 한 켠에서 화두처럼 떠나지 않는 그리움이 있었다. ‘그리움’ 이라는 단어만 되뇌어도 목이 메는 이 그리움- 메밀꽃 스쳐온 바람이 조금씩 도토리 냄새를 풍기..

나의 글 2011.07.01

독서감상문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를 읽고

우리 마음 속의 꿈을 찾아서 - 파울로 코엘료의‘연금술사’를 읽고 - 파울로 코엘료의 란 책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지가 오래되었지만 읽어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란 제목이 단지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방법이 아닌 어떤 인생의 철학적 계시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프롤로그를 펼치니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나르키소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르키소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호수가 한 말이 압권이었다. ‘이제 나르키소스의 눈에 비치던 자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어서 너무나 슬프다’고-. 철학서에 대한 선입견과 긴장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의 주인공 ‘산티아고’ 라는 청년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산티아고’는 스페인에 사는 한 작은 마을의 평범한 양치기였다. 정확히 ..

나의 글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