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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여름비

여름비 우르릉 쾅! 뜨거운 햇빛 한 자락 싹둑 잘린다. 유월 하늘에 짙은 수묵화 한 점 빠르게 번지는가 싶더니 뒷산 밤나무 끝에 큰 획으로 바람 한 줄 걸어 놓는다. 연초록 밤나무 잎이 일시에 간지러운 웃음으로 자지러지고 밤꽃 향기 발꿈치 들고 사랑채 문턱을 넘어 들어온다. 사랑방에서 올려다 본 수묵화 한 점 순식간에 마당에 떨어지고 장독 위를 후두둑 몰아치던 중모리 장단의 빗소리가 갑자기 스레트 지붕 양철 처마에서 자진모리로 빨라진다. 장독대 단지 뚜껑 제일 먼저 제자리에 가 얹히고 빈 독에 꽂혀 있던 마른 싸리꽃잎 이제사 봄 이야기 끝낸다. 바지랑대 넘어지며 빨랫줄이 숨 가쁘고 텃밭 옥수수 잎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지 못하고 어지럼증으로 한참 동안 멀미를 한다. 앞마당에 석류 꽃잎은 눈물샘이 있다더니..

나의 글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