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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리!

수구리! 참 놀랍다. 초록의 저 몸짓 3층 높이쯤의 건물 매끈한 벽까지 담쟁이 덩굴이 뻗어 왔다. 고개 쳐들지 말고 납작 엎드려. 엎드린 모습이 숙연하지만 예쁘다. 자세를 낮추고도 위를 향해 갈 수 있고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저 담쟁이...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우리 담쟁이 앞에서 부끄럽다. 수구리!! ㅎㅎㅎ 담쟁이 / 정연복 온몸이 발이 되어 보이지 않게 들뜨지 않게 밀고 나아가는 저 눈부신 낮은 포복

그냥 2020.09.23

거리두기

사람이나 물건이나 적당한 '거리두기'는 극으로 치닫질 않는다. 그러나 너무 오래 '거리두기'는 가까워지기가 어렵다. 붙어있는 사람을 떼어내야 하는 사람과의 거리두기 붙지마라, 떨어져라 이 말을 일상으로 하고 있다니... 붙어라, 붙어라. 다정하게 붙어라. 이런 말 빨리 할 수 있길... ( 이 시기에 가장 힘든 사람은 보건 교사이다. 학교엔 발열체크 알바생이나 문고리 소독하는 알바직도 있다. 참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냥 2020.09.01

버킷리스트 / 남자와 요트 타기(2020.8.29.)

사진이나 영화에서 보면 푸른 바다를 가르는 하얀 요트 위에서 낭만을 즐기며 와인잔을 들고 즐거워 하는 남녀들이 부러웠다. 그냥,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배 타는 것 조차도 싫어했으니까. 쉽게 할 수 있는 건 버킷리스트가 아니지. 막상 해 보니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이제껏 해 보지 못했을까? 여름휴가를 늦게 받은 아들이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다. 코로나로 인해 멀리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영으로 요트를 타러 가자고 말했다. 큰 기대를 걸고 갔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차를 많이 타서 그런지 음악 코드가 맞지 않아서 그랬는지 그날따라 멀미가 있었다. 그래도 든든한 두 남자와 요트를 탔으니 버킷리스트를 이룬 셈이다. 어쩌다 동영상(사진 찍지 않으려..

사진 2020.08.31

여름방학 / 동해바다 묵호로~ (8.8~ 8.9)

코로나로 인해 열흘 정도 짧은 여름방학이다. 거기다가 장마가 계속되고 있었다. 날씨가 덥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장마 피해가 크다고 하니 어디 여행가기도 편치 않고 다니는 것 자체가 죄인인듯 하다. 그러나 다니지 않고 살 수가 있나? 남들이 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코로나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다. 근무를 하고 있으니 수칙은 지키지만 사람 모이는 곳에 가지 말라는 건 잘 못 지킨다. 스스로 밥 잘 챙겨먹고 면역력 키우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비 내리는 묵호항은 여름바다 같지 않았다. 사람도 많이 없었고 뜨거운 태양도 없었으니... 다른 지역은 폭우가 쏟아진다고 하는데 봄비처럼 사알살 내려서 우산 쓰고 다니기 좋았다. 요즘은 어디 여행 갔다 온 것 올리면 오해받을 수 있고 욕 먹을..

사진 2020.08.18

언니와 함께 / 울진 통고산 자연휴양림(8.2~8.3)

가족여행을 가서 1박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밖에서 1박 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다. 올해 여든이 된 대구의 넷째 언니네 가족들은 나를 엄마 대하듯 챙겨준다. 며칠 전 언니 생신 때도 함께 했고 여름 휴가에도 같이 가자고 했다. 계속 되는 장마로 인해 식구들 몇 명이 못가게 되었지만 난 마침 시간이 되어 함께 갔다. 언니는 내게 엄마나 다름 없다. 나를 딸처럼 대하며 진심을 다 한다. 7월 보너스가 들어오니 엄마가 생각났다. 나도 엄마와 맛있는 것도 먹고 옷도 사주고 좋은 곳을 함께 다니고 싶은 생각이 났다. 엄마가 안 계시니 당연히 엄마같은 언니가 생각났다. 돈이 생기자 아들보다도 언니가 먼저 생각난 것이다. 언니를 불러서 옷도 사고 시장도 다니고 했다. 곁에 있어줘서 고..

그냥 2020.08.18

계륵 / 버리면 가벼워지나니

계륵/ 버리면 가벼워지나니 ‘사서 고생’이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 미술 전시회를 갔다가 그곳에 있는 작은 탁자가 예쁘다고 했더니 원가로 가지고 가라고 했다. 비싼 미술품은 구입하지 못하고 뭐라도 구입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둘 장소도 생각하지 않고 덜컥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집에 가지고 오니 우리 집 분위기와는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둘 곳이 없다. 좁은 아파트가 물건들로 꽉 차서 뭔가를 버려야만 할 처지다. 지인에게 샀으니 바꾸지도 못하고 저걸 어떡하나?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 작년 가을 학교도서관 공사를 하면서 30년이 넘은 작은 도서 목록함(?)을 버린 것을 보고 욕심이 발동했다. 이제 다시 보지 못할 도서관 용품이니 귀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용차도 없으면서 차를..

나의 글 2020.08.12

감자꽃

감자꽃 장맛비가 계속 되고 있다. 물난리로 걱정인 곳이 많지만 햇볕 쨍쟁 날까봐 은근 걱정이다. (디리따 머라캐이겠다) 시원하고 차분하고, 비 내리는 풍경은 우리들 들뜬 마음마저 가라앉힌다. 학교 마당에 쪼매난 농장이 있다. 며칠 전엔 쑥갓꽃이 노랗게 예쁘더니 갈아엎었고 오늘은 하이얀 감자꽃이 비에 젖어 이뿌다. 촌년이라 보이는 꽃들보다 땅 밑의 감자에만 관심 있었다. 주먹으로 팍 치면 포말처럼 확 번지던 분 많은 감자^^ 묵는데에 초점을 맞추었으니 감자꽃을 유심히 보지 않았다. 그런데 늙어가니 이런 것들이 이뿌게 보인다. 우리 유년의 기억들이, 한포기 뽑으면 줄줄이 달려오던 감자 그 여름 감자밭이 하얀 꿈처럼 펼쳐진다. 감자꽃 한 가지 꺾어서 꽃병에 꽂아본다.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그냥 2020.07.30

머리 한 날

장마가 계속 되고 있다. 비 계속 내리면 안 좋은 곳도 있겠지만 날씨 덥지 않고 차분해지니 비오는 날이 좋다. 어쩜 약속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출근했지만 별 일은 없었다.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조용하다. 어제도 오늘도 계속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오후 막걸리에 파전 생각하다가 갑자기 시내 미용실로 노선을 바꿨다. 거금을 들여서 공사를 했는데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 같네.^^ (어쩜 긴머리 마지막 파마일지 모른다. 내년엔 짧게 자를 수도...)

그냥 2020.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