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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 버리면 가벼워지나니

몽당연필^^ 2020. 8. 12. 12:40

계륵/ 버리면 가벼워지나니

 

 

 

 

사서 고생이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 미술 전시회를 갔다가 그곳에 있는 작은 탁자가 예쁘다고 했더니 원가로 가지고 가라고 했다. 비싼 미술품은 구입하지 못하고 뭐라도 구입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는지 둘 장소도 생각하지 않고 덜컥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집에 가지고 오니 우리 집 분위기와는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둘 곳이 없다. 좁은 아파트가 물건들로 꽉 차서 뭔가를 버려야만 할 처지다. 지인에게 샀으니 바꾸지도 못하고 저걸 어떡하나? 정말 잠이 오지 않았다.

 

작년 가을 학교도서관 공사를 하면서 30년이 넘은 작은 도서 목록함(?)을 버린 것을 보고 욕심이 발동했다. 이제 다시 보지 못할 도서관 용품이니 귀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용차도 없으면서 차를 불러 일단 집으로 가지고 왔다. 가구 리폼을 하려니 생각보다 금액이 많았고 고가구를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만한 가치가 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또 아까웠다. 둘 곳도 없으면서 괜히 가지고 와서 거의 열 달을 도서 목록함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두려니 복잡하고 생각으로만 이리저리 옮기고 있다. 새벽 2시가 되도록 잠은 안 오고 이리저리 공간을 구성해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일단 큰아들 방을 좀 치우기로 했다. 분가는 했지만 아직 옷을 가지고 가지 않고 있다. 옷이 방의 반을 차지하고 있고 신발 수집을 하고 있어서 박스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다. 이곳을 좀 비워야 할 것 같다. 제일 좋은 방법은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인데 가장 불가능한 일이다. ‘11개 버리기라는 책을 읽고 있으면서 실천을 못 하고 있으니 무슨 소용인가.

 

물건이든 사람이든 정이 들면 잘 버리지를 못한다. 일단 좋아서 선택한 것이니 모두 인연이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냥 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것들일 수 있다. 문을 열어 둬도 가지고 갈 것도 없다. 버리는 것을 잘하지 못해서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정리를 못 한다는 말일 수도 있다. 인기 미니멀리스트 미셀은 ‘11개 버리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언젠가 쓰게 될지도는 미래에 대한 걱정, ‘비싸게 주고 샀다거나 추억이 듬뿍 담겨있는 물건이다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일 뿐이라고...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떤가?’이다.

 

일단 작은아들과 의논해서 도서 목록함가구를 리폼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근처 공방에서 가지러 왔다. 과연 리폼을 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올 것인가? 또다시 결정 장애에 시달렸다. 그래, 버리는 게 답이다. 둘 때가 없지 않은가? 폐기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리폼하면 예쁠 텐데 폐기한다면 공방 주인이 가지고 간다고 했다. 또 살짝 흔들렸으나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깝지만 우리 집보다 공방에 더 잘 어울리겠다. 며칠 지나니 이제 그 가구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방이 넓어져서 홀가분하다.

 

버리면 이렇게 홀가분해지는 것을 몇 달을 버리지 못하고 괜히 고민하고 있었다. 애초에 가지고 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작은 욕심이 이렇게 걱정거리를 만든 것이다. 새로 구입한 탁자도 아들이 인터넷 매장에 한 번 올려본다고 한다. 정말 계륵이었던 그 물건을 버리고 나니 이렇게도 홀가분할 수가 없다. 지금도 방마다 계륵이 너무나 많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버리는 것이 맞다. 버리면 가벼워지나니... 마음도 생활도 공간도 여유로워지나니...

 

 

이 탁자를 사고 며칠 뒤 이 곳에 불이 나서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한다.

 

우리집엔 색깔 드러간게 아무 것도 없다. 더군다나 원색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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