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312

어제와 오늘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꽃비는 언제 내렸더라? 벌써 오월, 3개월간 아직 학생 없는 도서실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할 일이 없다. 오월 녹색비, 그리움으로 내린다. 적막 속에 문 열고 가만히 비내리는 풍경 바라본다. 오늘은 근무기간 중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문자 몇 개로 위로를 받고 카네이션 꽃도 없이 간소한 특별 도시락 하나로 스승의 날을 대신한다. 집에 오니 친구가 농사 지은 참외가 기다리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스승님께 참외 한 박스씩 선물하고 나눠먹으려고 주문한 참외가 참 예쁘기도 하다. 법 때문이라고, 코로나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변해 버린 문화가 조금은 아쉽다. 오늘 토요일, 약속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가하다. 며칠 전 단배추 한 단..

그냥 2020.05.16

아들 온 날/ 그랬구나!

정말 전화 오는 데도 없고 말할 데가 없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김치 가져가라고 톡을 했더니 오늘 시간 맞춰 큰애와 작은 애 둘이 함께 온다고 했다. 3주일이 되었나? 보고 싶고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렇다. 맛집 돼지양념 불고기를 가지고 온다고 했지만 아들 오는 날이라고 아침부터 반찬 해놓고 기다렸다. 평소 톡을 잘 보지 않는 작은 아들이 먼저 왔다. 기차타고 내려서 형과 함께 만나서 온다고 하더니 시내버스를 타고 먼저 집에 도착했다. 작은아들은 딸처럼 살갑지만 진로와 취업 문제 때문에 한동안 너무 속상했고 신뢰가 무너져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그래도 지금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고 밝게 잘 지내고 있다. 작은아들이 버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버스를 탔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타..

그냥 2020.03.22

11일만의 현관 밖 외출

대구 동성로 거리 11일간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보지 않았다. 봄 방학때는 다니지 마라고 해도 일상생활하고 외출도 하고 혼자 돌아다녔는데 재택근무라고 하니 정말 돌아다닐 수가 없다. 슈퍼도 외출을 달고 나가야 하나? 난 건강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나이를 칭할때 자꾸 노령측이라 한다. 책임감 때문에 혹시? 만약에? 를 생각해서 궁시렁대지만 말 잘 듣고 있다. 어제 11일 만에 처음으로 출근을 했다. 재택 근무지만 담임들은 할 일이 많다. 학교는 조용하다. 어쩜 앞으로 학교라는 큰 공간이 필요없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종일 도서관에 혼자 있다가 오랜만에 퇴근 길에 시내에 들렀다. 그래도 손잡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은 있지만 동성로가 한산하다. 백화점엔 아예 고객들이 보이지도 않는다. 6시에 문을 닫는다고..

그냥 2020.03.19

안부 전하며- /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기인 두 달 간의 방학이 끝나간다. 이렇게 시간이 많았는데 난 무엇을 했나?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심지어 컴퓨터 앞에 앉는 것 자체도 귀찮아했다. 시간이 많으면 책을 읽겠다고? 시간이 많으면 글을 쓰겠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다. *** *** *** 대구는 무사한지? 별 일 없이 잘 있는지? 나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 온다. 나는 잘 있다. 어제도 학교 갔다 오고 시내 갔다 오고... 아니, 이 시국에 시내 갔다 왔다고 하면 죄인이 되는데... 아무튼 나는 일상대로 생활하고 잘 지내고 있다. 원래 어떤 일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성격이라 그냥 그대로 살고 있지만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당장 내일 어떤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대단한데다 바이러..

그냥 2020.02.27

또, 새도서관으로 이사하다

10월이 몽땅 날아가 버렸다. 또 도서관 이사를 핑계 될까? 그렇구나! 제사도 있었고 결혼식 몇 군데 있었고... 모두가 겪는 일상일텐데 자꾸 바쁘다고만 한다. 겸무라서 또 다른 학교 도서관 이사가 있어서 바쁘긴 했다. 왜 이렇게 글 쓰는 것이 싫어질까? 그 어느 때는 빨리 집에 가서 블로그에 글 올려야지 하던 때가 있었는데... 내 집 아니니 주도적으로 도서관 꾸미기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끗하게 하나하나 바뀌어 가는 것이 재미있긴 하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이곳 역시 서가가 턱없이 모자란다. 도서의 양 보다는 학생들이 쉴 공간 확보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으로 힘들게 일을 하다가 생각해 보니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기간도 일 년 밖에 남지 않았다. 두 군데 다 이사만 해놓고 오..

그냥 2019.11.09

드디어 도서관 이사 끝났다

바쁜 건지 게으른 건지 책 볼 시간도 여기 들어올 시간도 없다. 아예 머리를 비우고 사는 건 아닌지 공부 너무 안하고 이러다가 치매 걸릴 수도 ㅎㅎㅎ 바쁘다. 할 일이 많다. 학교마다 도서관 공사를 크게 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지원을 해주니 딱히 노후 되지 않았어도 미래공간 어쩌고 하면서 이관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더 좋은 환경으로 바꿔준다니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작년에 정리한다고 고생 좀 했는데 이번엔 2층에서 1층으로 완전 이사를 했다. (요즘은 자꾸 부정적으로 말하는 버릇이... 사실은 말만 그렇다ㅎㅎ) 공부 안해서 참 좋다고 했더니 대신 손 발이 너무 힘든다. 몇해 전 아파트 이사하면서 손가락에 방아쇠 증후군이라던가 그런 것 걸려서 손가락을 못 폈는데 ..

그냥 201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