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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기념

작은 아들 재현이는 늘 아픈 손가락이다. 세 살에 아빠를 잃었으니 늘 짠하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뭐라도 잘못되면 항상 내가 죄인인것만 같다. 속 썩이지 않고 대학을 입학해서 대견하고 고마웠는데 음악에 빠져서 전공 공부를 소홀히 했다. 결국은 졸업을 하지 못하고 그 사실을 내게 숨겨왔으니... 본인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내가 그 사실을 알던 그 날 세상이 끝나는 것 만큼 참담했다. 믿었던 아들이 나를 속였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이후 아들과 나 사이는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일일이 말하기도 싫거니와 돌아보기도 싫은 나날들이다. 컴퓨터활용 수업 3학점을 놓쳐서 졸업을 못한 아들이 졸업할 수 있도록 정말 심한 자책과 잔소리와 훈계와 격려를 해왔다. 드디어 지난 주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해서 졸업하게 ..

그냥 2020.07.13

함께한 계절

도서관에 들어온 새 책 정리를 하다가 관심가는 책이 있었다. 화려하고 예쁜 디자인의 많은 책들 속에 제목도 작가도 보이지 않는 얇은 책이었다. 무슨 책이지? 작가는 누구지?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프로필을 미주알 고주알 너무 길게 늘여 놓은 것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재미있고 짧게 적은 것이 오히려 호감이 간다. 표지에 제목도 없다니? 그림은 또 이게 뭐지? 아하! 사진 작가 신정식, 그래서 책이 특별했나?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은 아버지와 그를 바라보는 아들의 사진일기였다. 표지는 기억을 잃은 아버지가 그린 시계 그림이었고... 책 중간에 빈 공간이 많고 글도 아주 짧게 적혀 있지만 책을 놓고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함께한 세월을, 함께..

그냥 2020.07.03

새 책이 왔어요 / 무엇을 읽을까?

도서관에 삼백 여권의 새 책이 들어왔다.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집에 오면 그 자리서 단숨에 읽던 그때가 그립다. 언제나 읽을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인지 책 한 권을 제대로 정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새 책의 인쇄 냄새가 좋고 표지만 봐도 배부르긴 하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새 책을 신청할 때 꼭 필요해서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서점에서의 광고문구를 보거나 제목을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쏟아지는 출간 도서 중에 그래도 선택 되는 책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거다. 이 책들을 쓰느라 작가들은 얼마나 고생 했을 텐데... 책 제목을 쭉 훑어 본다. 요즘은 책도 예뻐야 관심 갖는다. 책 표지가 비슷비슷하다. 나도 제목에 손이 먼저 가는 것부터 골라서 쌓아봤다. 올해 안에 이 책들을 다 읽을 수 ..

그냥 2020.06.30

꽃구경 가자 / 남평문씨 세거지 능소화

비도 오락가락 정신도 오락가락 감정도 오락가락... 친구가 꽃구경 가자고 교문 앞에 기다렸다. 꽃이야 아무 때나 피는데? 이맘때 능소화 예쁜 곳이 있다고... 퇴근해서 본리동 남평문씨 세거지와 마비정 한바퀴 돌고 칼국수 한 그릇 묵고 와도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 해 참 길다. 그렇다. 얻었다 한들 본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본래 없던 것- (그래놓고 또 이 짓 하고 있다ㅎ 다음 블로그가 카카오로 넘어가서 글쓰기가 어렵다. 일단, 줄간격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컴에서 보다 폰에서 쉽게 하도록 한 것 같다. 결국 바꿔야 되나?)

사진 2020.06.26

갇힌, 닫힌 / 새로운 블로그에 글쓰기 시험

정들었던 내 집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면 어떻게 하나? 혹시 내 글들이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하나? 아직 인테리어는 그대로인데 형식이 자동으로 바뀌었다. 평소 기본 줄 간격 160을 일부러 180으로 넓혀서 적었는데 원래대로 돌아가버렸다. 너무 빡빡해서 보기 어렵다. 어제 2학년 학생들이 처음 등교했고 다음 주 월요일에 1학년 학생들이 등교한다. 어쨌든 학교는 잘 돌아가고 있고 학사일정도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두 세명 이외엔 오지 않는다. 그저께까지 도서구입도 끝났고 오늘은 정말 할 일이 없다. 물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시급한 일이 아니라는 거다. 아침부터 혼자 넓은 도서관에 앉아서, 어쩜 갇혀서 창밖을 보고 있다. 초록이 무성한 나무들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그자리에 그대로..

그냥 2020.06.04

어제와 오늘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꽃비는 언제 내렸더라? 벌써 오월, 3개월간 아직 학생 없는 도서실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할 일이 없다. 오월 녹색비, 그리움으로 내린다. 적막 속에 문 열고 가만히 비내리는 풍경 바라본다. 오늘은 근무기간 중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문자 몇 개로 위로를 받고 카네이션 꽃도 없이 간소한 특별 도시락 하나로 스승의 날을 대신한다. 집에 오니 친구가 농사 지은 참외가 기다리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스승님께 참외 한 박스씩 선물하고 나눠먹으려고 주문한 참외가 참 예쁘기도 하다. 법 때문이라고, 코로나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변해 버린 문화가 조금은 아쉽다. 오늘 토요일, 약속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가하다. 며칠 전 단배추 한 단..

그냥 2020.05.16

임영웅 / 마법의 성 ( 사랑의 콜센타 방송 중-)

오늘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학생도 없는데... 아침부터 비는 오고 그리운 사람들 생각나네. 미스터 트롯 임영웅의 보랏빛 엽서를 듣고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연애감정까지 느낀 바 있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카페에 가입하거나 광팬이 된다거나 그런 것은 자제하고 있다. 미스터 트롯 멤버들이 출연하는 사랑의 콜센타를 밤 10시에 하기 때문에 보고싶어도 잘 보지 못한다. 왜냐면 출근할 때는 잠자는 시간이 밤 10시니까.ㅎ 아침에 출근해서 재방송을 잠깐 보는데 아~! 이 아침, 또 나를 울리네. 좋아하면 누군가를 닮은듯 하지. 먼저 보낸 아들 닮은 임영웅을 보는 저 어머니의 마음... 신랑을 안 닮았는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부를 때의 회색 슈트 입은 모습이 신랑 닮은듯하여 30년 전 그가 입..

음악방 2020.05.15

경주 황리단길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졌다. 물론 각자 조심해야 되지만... 우울증에 실어증까지 걸릴 지경이다. 넉 달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어쩜 이대로 다시 못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주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경주에 다녀왔다. 만남도 친한 순서대로인가? 이 와중에도 만날 사람은 만나고 있으니... 사월도 가고 오월도 가고 세월은 가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우리들의 찬란했던 청춘은 가고... (지난 주 5, 5일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완화 되는 시점이어서 경주엘 갔는데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니 이런 사진 올리면 욕 먹을 수도.^^)

사진 20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