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들 재현이는 늘 아픈 손가락이다.
세 살에 아빠를 잃었으니 늘 짠하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뭐라도 잘못되면 항상 내가 죄인인것만 같다.
속 썩이지 않고 대학을 입학해서 대견하고 고마웠는데
음악에 빠져서 전공 공부를 소홀히 했다.
결국은 졸업을 하지 못하고 그 사실을 내게 숨겨왔으니...
본인은 얼마나 불안했을까?
내가 그 사실을 알던 그 날 세상이 끝나는 것 만큼 참담했다.
믿었던 아들이 나를 속였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 이후 아들과 나 사이는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일일이 말하기도 싫거니와 돌아보기도 싫은 나날들이다.
컴퓨터활용 수업 3학점을 놓쳐서 졸업을 못한 아들이 졸업할 수 있도록
정말 심한 자책과 잔소리와 훈계와 격려를 해왔다.
드디어 지난 주 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해서 졸업하게 되었다.
가슴을 억누르고 있던 무거운 돌하나가 없어진 것 같다.
아들은 졸업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 생각이다.
자격증 취득 기념으로 좋아하는 홍어를 사주려고 했는데
어제 하필 일요일이라 문을 닫는다 했다.
대신 대게를 시켜서 먹었다. 잘 먹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여태껏 섭섭하고 화났던 일들이 눈녹듯 사라진다.
오늘 졸업 축하 선물로 백만원을 보냈다.
기본적인 자기 할 일만을 해도 이리 좋은데
여지껏 속상했던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그러고 보니 이런 대게 한번 사준 적이 없는것 같다.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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