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98

수필 / 그리움은 냄새로 남는다

그리움은 냄새로 남는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하는데 그대가 떠나고 없는 어느 날 불쑥 못 견디게 그대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나 음악이 있을 때는 당연하겠지만 때로는 어떤 행동을 하면서 문득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드는 그리움이 있다. 머리를 감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김칫국을 끓이다가…… 눈발이 날리는 차가운 겨울 저녁 김칫국 냄새는 그의 냄새로 다가온다. 묵은 김치의 시큼한 냄새와 푹 삭은 양념의 맛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냄새로 오감을 자극한다.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잘 먹지도 않거니와 김칫국은 더더욱 즐기지 않는다. 김칫국에도 고기나 참치가 들어가야 먹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국은 저만치 밀어내고 만다. 아이들이 싫어하니 자연적으로 김칫국은 안 끓이게 된다. 한 번씩 김..

나의 글 2012.12.15

뮤지컬 관람 / 레미제라블 (2012. 12. 9)

뮤지컬 '레미제라블' -은총, 자비, 정의, 사랑-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뭐냐고?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뭐냐고? 자기소개서에 멋지게 대답 할 수 있는 책 한 권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지금도 말한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플란더즈의 개’ 이고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빅토르 위고의 ‘장발장’이라고. 언제나 우리는 ‘첫’ 경험을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도서관이란 곳에 가서 '플란더즈의 개'를 읽으며 훌쩍훌쩍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앞 세종서점에서 용돈으로 사온 ‘장발장’을 집에 와서 책가방 던지고 저녁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많은..

나의 글 2012.12.11

단상 /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과 사람과 사물들을 모으려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나는 그런 것들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숫자에 민감하지 못하고 손익계산을 정확하게 따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어디를 가나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숫자이다. 얼마짜리 차에 몇 평짜리 아파트인지? 얼마짜리 가전제품이며 얼마짜리 가방인지? 심지어 아는 사람이 얼마인지? 키가 얼마인지까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의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의 인격이 달라진다. 전에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자랑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항상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온 내 삶의 ..

나의 글 2012.11.23

싸움의 발단 - '나는 인간성이 나쁘다'

싸움의 발단 - 나는 인간성이 나쁘다 싸웠다. 어떤 글을 두고 ‘그런 것도 시라고 하나?’ ‘시 같지도 않은 시’라고 해서였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정말 안하무인이고 남을 무시하는 인간성 나쁜 사람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글짓기를 해서 상을 받았다. 그 이후 줄곧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장래 희망에 한 번도 작가라고 쓴 적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독후감보다는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으면’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문학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뛰던 학창 시절이 있었지만 문학 밖으로 나온지가 까마득하다. 스물 몇 살 때부터 십수 년을 문학 주위에서 맴돌다가 현실을 직시하고 그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은지가 오래 되었다. 서른에..

나의 글 2012.11.18

명상 / 타타타 , 본래 그러한 것-

타타타, 본래 그러한 것-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이 넓은 세상에 이 많은 사람 중에 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이리도 없을까? 왜 나하고 같은 사람은 이리도 없을까? 우리는 모두 자기의 마음만이 선하고 옳다고 생각한다. 왜 내 마음을 몰라 주냐고? 왜 내 마음 같지 않냐고? 그래서 섭섭하고 그래서 화가 나고 그래서 괴로워하고 그래서 절교한다.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타타타’라는 뜻을 생각해 본다. 산스크리스트어 ‘타타타(tathata)'는 '본래 그러한 것', 불가에서 말하는 ‘여여(如如)'에 가까운 말이다. 무엇이 일어나든지 그것은 사물의 본성이 ‘본래 그러한 것..

나의 글 2012.11.06

수필 / 오후 두 시의 워낭 소리

오후 두 시의 워낭 소리 수십 년 전 그 소리, 꿈결에서 들었다. 내 마음 속에 화석처럼 잠들어 있는 유년의 고향과 소 핑경(풍경) 소리,(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소리와 닮았다고 해서 우리 지역에선 '워낭'을 '핑경'이라고 불렀다.)그 핑경 소리 뒤에는 늘 늙으신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있다. 오늘 문득 그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버지가 만든 우리 집 소의 핑경 소리, 뚜벅뚜벅 걸을 때 꼬리로 파리를 잡을 때 땡그렁 낮으면서도 맑고 투명한 그 소리, 멀리서 들어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그 특별한 핑경 소리, 오늘 지천명의 나이에 들려오는 그 소리... 얼마 전 ‘워낭 소리’ 라는 영화를 보았다. 마흔 살 늙은 소와 여든 살 할아버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촬영한 다큐먼터리 영화였다. 내 마음 한켠에 언제나 머물..

나의 글 2012.08.16

영화 / '노트 북'을 보고 - 사랑, 그 아름다운...

오늘 2012년 7월 21일 이다. 떠나보낸다는 건 언제나 가슴 시리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어서 보내고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 헤어짐도 없는 것일까? 한참을 웅크리고 앉았다가 잠 자지 않는 방법으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일전에 누가 이 영화를 추천해서 다운 받아놓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고, 집에서는 더군다나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지만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볼 시간은 있는 걸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마도 두 시간 정도 화면을 보며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떨어지나 보다. 집에서 오늘처럼 이렇게 영화에 빠져서 온전히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계속 여운으로 남는다. 노년의..

나의 글 2012.07.22

단상 / 뽀뽀 사건 - 지금 학교는

뽀뽀 사건 학기 말이라 할 일은 엄청 많은데 녀석들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교무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시끌벅적 장터 같다. 남녀공학에다 한 학년이 열두 반이 되다 보니 경찰서도 아닌데 갖가지 사건 사고가 끊일 날이 없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교사들은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다. 의무보다도 권리를 주장하는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많지만 체벌이 없어지다 보니 훈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상벌점 제도가 있긴 해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교사는 아무리 화가 나도 폭언이나 비속어를 쓰면 안 되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벌을 주어서도 안 된다. 심지어 소리도 함부로 질러서는 안 된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인권보다도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시대다. 반면 학생들은 욕을 예사로..

나의 글 2012.06.30

낙서 / '놀자'가 아닌 '노자'? (2012. 5. 16. 오후 20:26)

'놀자'가 아닌 '노자' ? 사는 것이 재미없어. 사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이 세상에 내가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나를 애타게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고 열정이 없어,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 무슨 한가한 소리? 삼류 드라마야? 무엇을 하겠다고 어디든 찾아가고 누구를 알겠다고 어디든 가입하고 모두가 아는 것을 자기만이 아는 것처럼 친구의 숫자가 인간성을 가늠하는 것처럼 똑똑하고 인간성 좋은(?) 사람이 너무나 많아. 모든 숫자놀음은 정말 부질없는 짓이야. 무엇이든지 안다는 것은 곧 짐이야. 너, 외롭구나. 혼자 있지 말고 소통을 해봐. 말로든 글로든 몸으로든... 피곤했던 스승의 날, 일단 나와 보라는 친구 요청에 혹시 몸으로 부딪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따라간 곳은 ..

나의 글 201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