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겨울비는 휴식이다. 어렴풋한 새벽잠 속에서 들리는 듯 마는 듯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느낀다. 화들짝 놀라는 마음 아닌 편안한 마음, 무표정으로 창밖을 본다. 봄비나 가을비가 올 때처럼 약속부터 잡는 게 아니라 약속을 깨기 위해 핑계를 생각한다. 휴대폰을 잠시 꺼 두고 오랜만의 휴식을 겨울비와 함께 누려보고 싶어진다. 먼 어느 날 고향 집 골방에서 보던, 혹은 듣던 겨울 나그네, 겨울 연가 그런 것들을 불러내어 함께 하고 싶어진다. 눈이 되지 못해서 행여 원망이라도 들을까 봐 소리 죽인 겨울비다. 눈이 아니어서 오히려 호들갑 떨지 않게 되고, 차갑지만 더 차가운 날보다는 포근한 날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포근하고 따스한 것들을 불러내고 싶다. 비 온 뒤 바깥이 얼어붙지 않을까? 집 없는 사람들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