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장미 한 그루 “아이구 야야, 자꾸 씻거 샀는다꼬 본대 생기 묵은 살이 보해지나(하얗게 되나)?” 얼굴에 닿는 비누 거품에 연신 재채기를 하시며 내가 잡고 있는 손에서 자꾸만 벗어나려고 하신다. “문지(먼지) 지도 살까이, 흙에 구불고 사는 놈이 그까짓 문지 겁내서 우째 사노?” 올해 일흔 여섯이 되신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씻으시는 걸 아주 싫어하신다. 월중 행사로 아버지 머리 깎아드리고 목욕시켜 드리는 날이 되면 이웃이 다 알 정도로 야단법석을 떨어야만 된다. 처음엔 그저 물만 적시고선 도망가시더니 그래도 이젠 비누 거품에 약간은 면역이 되신 모양이다. 가만히 앉아서 해주는 밥 드시기도 힘들다 하실 연세이신데 발에 흙 떨어질 날 없이 일하시고, 마음 놓고 담배 한 대 피우실 시간 없이 언제나 바쁘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