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독서 / '남자의 물건'- 시간이 언제부터 미친 걸까?

몽당연필^^ 2012. 8. 19. 20:49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벌써 내일이 개학이다.

이번 방학은 지원 보충수업이 있어서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여느 방학 보다는 세상 구경을 많이 한 나름 뜻깊은 방학이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는데 방학 동안 많이 좋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방학 숙제는 개학 전날 한꺼번에 하는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 종일 교재 연구에 집안 청소에 할 일이 어찌나 많던지

아, 한 이틀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그러나 이틀 더 있어도 마찬 가지일 걸 알고 있다.

이렇게 할 일이 많을 때 꼭 글 쓰고 싶고 독서가 하고 싶어지는 법,

방학 때 봐야지 한 책들을 다 읽지 못하고 이제사 대충 대충 읽어 보았다.

요즘은 철학적으로 깊게 생각하고 도덕적인 책은 좀 멀리 하고 있다.

날씨도 더운데 깊게 생각하면 더 짜증나고 더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속도감 있게 쓰여진 책이 이해가 빠르고 덜 지루하다.

머리 아프게 생각지 않아도 뭔가 빵 터지는 듯한 느낌의 글들...

그래서 제목부터 보고 책을 고른다. 일단 여자가 쓴 것은 좀 고려해 둔다.

나도 다 아는 뻔한 소재에다 뻔한 이야기여서 호기심이 별로 안 생긴다.

그래서 '남자의 물건(김정운)'과 '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 두 권을 쉽게 골랐다. 

어쩜 요즘의 내 심리를 합리화 시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위선적으로 살고 있는 내 행동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반란을 꿈꾼다.

내가 정해 놓은 쓸데없는 스스로의 규제사항이 어찌나 많은지... 

모임이 거의 없고 사소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는 내게 이 책은

일상의 수다처럼 가벼운듯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을 동안은 뭔가 내게

변화를 시도하도록 충고를 주기도 했다. 요즘 내가 깊이 깨닫는 것-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내가 살아 온 방법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

 

      

 

-시간이 언제부터 미친 걸까?-

시간이 미쳤다.

갈수록 정신없이 빨리 간다.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은 자꾸 빨리 가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아주 간단 명료하다. 기억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아지면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지고

그렇지 않으면 그 시기가 짧게 느껴진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은 그 시절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두가 새로운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기부터 시간은  아주 미친 듯 날아가기 시작 한다.

당연하다. 정신없이 바쁘기만 했지 기억할 만한 일들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죄다 반복적으로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 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일년 뒤, 난 또 다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미친 시간'에  한숨 쉴 것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수록 긴장해야 한다.

'미친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억할 일들을 자꾸 만들면 된다.

인생과 우주 전반에 관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계획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들을 시도해야 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현재'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불과 5초만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5초의 객관적 단위는 주관적 경험에 의해서 얼마든지 팽창 될 수 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구체적으로 느끼며 살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시간이 미치치 않는다.    -'남자의 물건(김정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