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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 마스크 착용

몽당연필^^ 2020. 5. 11. 17:04

 

편견 / 마스크 착용

 

 

편견이나 고정관념이란 단어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이 확고하다고 생각하다 보면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더 확고할 수가 있다. 당연히 자신은 편견이란 걸 모른다. 서로가 편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껏 받아 온 교육이라든가 가치관이라든가 정서라든가 이런 것들로부터 인해 어떤 부분에서건 자기도 모르는 편견을 가지게 되어 있다.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그동안 지켜온 기준이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벌금 3백만 원을 부과 한다는 말도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그만큼 마스크 착용이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사실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해 본 적이 없었고 환자이거나 자신을 감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마스크 쓸 일이 없었다. 폐활량이 적은 지 어쩐지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너무 답답하다.

 

며칠 전 아침에 바삐 출근하다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버스를 탔다. 뭔가 분위기가 싸하고 이상한 것 같아서 살펴보니 앗뿔싸! 마스크를 두고 그냥 나온 것이 아닌가. 이른 아침이라 어디 가서 살 때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그냥 출근을 했다. 사람들은 몇 명 없었지만 정말 죄를 지은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구석에 앉아서 얼굴을 들지 않은 채 불편한 출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때 편견이 지금은 상식이고 옳을 수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위생상 건강상 좋은 점도 있지만 다른 좋은 점도 몇 가지 있다. 일단 화장을 하지 않고 출근을 하니 아침 시간이 절약된다. 얼굴을 가리니 조금은 용감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누구에겐가 잘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화장 안 한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을 때 아무 때나 바로 마스크를 쓰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편리하고 자유로울 줄이야.

 

몇 년 전만 해도 마스크 쓴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본 적이 있다. 각 반에 한 두명은 일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학생들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교칙을 잘 지키지 않는 특별한 학생들이었다. 일년 내내 마스크 때문에 대립하고 상담도 하고 속상한 적이 있었다. 이유인즉 화장을 하면 걸리니 교칙을 지키기 위해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었다. 화장 안 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는데 참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학생은 정말 예쁜 얼굴이었다. 화장을 안 하면 더 예쁜 얼굴이었는데 굳이 화장을 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 학생의 심리를 알 수가 없었다. 마스크 쓴 학생과 앞머리에 롤 감은 학생들을 정말 싫어했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중에 한 두명은 꼭 마스크 쓰고 롤 감고 다녔으니까. 그런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그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 때 마스크 쓰고 다닌다고 야단 친 내가 지금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닌다.

 

한 때 마스크가 패션으로 유행이 되었을 때 얼굴이 작아 보인다고 학생들이 턱 밑에 검정 마스크를 걸고 다녔을 때 그것을 못하게 하던 때가 있었다. 마스크 착용 시대에 그들은 지금 자유롭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다닐까? 2020년 현재,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마스크 착용을 꼭 해야만 하는 지금이다. 편견이란, 고정 관념이란, 시대에 따라 이렇게 잘못된 것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