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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은사님 만나다

티스토리로 옮겨오고부터 블로그를 중단하고 있다. 생각도 체력도 예전보다 떨어진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하기도 힘든 것들이 많다. 꼭 기록해 두고 싶어서 오랜만에 여기에 들어왔다. 그저께 동료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했다. 서울엔 혼자서 간 적이 없었고 늘 누구와 함께 간 것 같다. 혼자 가려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생각 난 사람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을 하신 은사님을 뵙고 싶었는데 늘 미루어 왔다. 일 년에 한 두번 겨우 연락해 와서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연락을 드렸더니 너무나 반갑게 보고싶다고 오라고 하셨다. 일흔 아홉, 내년이면 여든이신 선생님은 아직 목소리도 소녀 같으시다.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부부가 선생님 아..

그냥 2024.04.08

책, 책, 책

책, 책, 책 향기는, 오랫동안 기억된다. 언제나 그리움으로 설렘으로 다가온다. 아침마다 콧노래를 부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밤새 안녕한지 살며시 열쇠를 꽂고 문을 열면 확 밀려드는 냄새, 아니 확 안기는 향기, 코를 벌름거리며 잘 있었냐고 물으면 여전히 그 자리서 나를 반겨주는 책, 책, 책들이다. 도서관에 있는 만 팔천여 권의 책들은, 냄새가 아닌 향기로 다가와 항상 나를 설레게 하고 그리움마저 불러일으킨다. 가장 오랜 기간 변함없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책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글자를 배우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곁엔 책이 있었으니까. 물론 언제나 책을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 식탁에도 화장실에도 가방에도 언제나 책 한 권은 있어야 맘이 여유로워지고 뭔..

추억 속에서 2024.01.08

겨울비

겨울비 겨울비는 휴식이다. 어렴풋한 새벽잠 속에서 들리는 듯 마는 듯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느낀다. 화들짝 놀라는 마음 아닌 편안한 마음, 무표정으로 창밖을 본다. 봄비나 가을비가 올 때처럼 약속부터 잡는 게 아니라 약속을 깨기 위해 핑계를 생각한다. 휴대폰을 잠시 꺼 두고 오랜만의 휴식을 겨울비와 함께 누려보고 싶어진다. 먼 어느 날 고향 집 골방에서 보던, 혹은 듣던 겨울 나그네, 겨울 연가 그런 것들을 불러내어 함께 하고 싶어진다. 눈이 되지 못해서 행여 원망이라도 들을까 봐 소리 죽인 겨울비다. 눈이 아니어서 오히려 호들갑 떨지 않게 되고, 차갑지만 더 차가운 날보다는 포근한 날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포근하고 따스한 것들을 불러내고 싶다. 비 온 뒤 바깥이 얼어붙지 않을까? 집 없는 사람들은 어디..

나의 글 2024.01.07

벌써 65세? 아직 65세?

벌써 65세? 아직 65세? - 강명희 소설 ‘65세’를 읽고- 친구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갔더니 초를 몇 개 드릴까요? 묻는다. 선뜻 대답을 못했다. 올해 65세다. 만 나이가 아닌 우리 나이로지만 너무 많아서 대충 초 몇 개만 달라고 했다. 며칠 전 나도 65세 생일을 보냈다. 아직 나는 손주를 보지 않았기에 할머니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카톡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이 아닌 손주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면 할머니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나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건 아줌마 스타일이야. 이건 할머니 같아. 옷을 고르거나 머리를 손질할 때도 아직 아가씨인 것처럼 꼭 한 번쯤은 그렇게 말한다. 이것이 문제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알지 못하는, 문득 서글퍼지..

나의 글 2023.11.24

이 얼마만이냐! / 금호강 아양 벚꽃길 (4. 2. 토)

해가 바뀌었나 했는데 어느덧 3월이 가고 4월이다. 주말 모처럼 날씨가 좋아서 모두 꽃구경 나가는 날이겠다. 특별히 갈 곳도 없고 집 쇼파에 앉아서 밖을 보니 벚꽃이 만개했다. 사람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이 얼마나 오랜만의 인파냐? 코로나로 인해 꽃구경조차 맘대로 하지 못한 3년이 아니었던가? 강변이나 한 바퀴 걸어볼까? 하고 나갔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 틈이라 걸을 수가 없었다. 역시 조용한 게 좋다. 3년간 사람 많지 않은 곳이 적응이 된것 같다. 어쨌든 사람은 적응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제 마스크도 안쓰면 뭔가 허전하고... 그래도 잃어버린 일상이 돌아온다는 건 좋은 일이다.

사진 2022.04.03

한 해의 마지막에서-

어느덧 2021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돌아보니 덧없다. 무얼 하며 살았지? 2월 퇴임을 하고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았다. 9개월은 취업을 할 수 없는 제도 때문에 그냥, 편히 쉬었다. 이제 마냥 놀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는 것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의 10개월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코로나에 갇히고 나이에 갇히고 환경에 갇혀있다. 화장하고 옷 갈아 입고 갈 곳이 없다는 것- 너무 도태되는 느낌이다. 출구가 있을까? 내일 새해부터는 여기라도 부지런히 들어와야 할 것 같다. 그저께 창녕 남지 개비리길 해넘이 보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몰 직전 구름이 몰려와서 아름다운 노을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지는 해도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었나 보다. 10분만 있으면 이 해의 마지..

사진 2021.12.31

우도 여행 (2021. 4. 20.)

오늘이 7월 21일 중복이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고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터라 어제 처음으로 덥구나 느끼며 선풍기를 켜고 잤다. 새벽에 일어나니 더운 것을 모르겠다. 한해의 반이 더 지나갔다. 퇴임을 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낼거다라고 했는데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5개월을 보냈다.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것 조차도 하지 않았더니 지나간 일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기억하지 못할까봐 저장^^) 퇴임하고 첫번째 한 일이 아들과 우도에 간 일이었다. 4월 20일이었으니 벌써 3개월이 흘렀다. 3월은 코로나로 인해 2주 자가격리를 한 탓에 그냥 통째로 날아가 버리고 늘 꿈꾸어 오던 우도에 가서 남자와 전동차 타기를 실천에 옮겼다. 2주 격리로 우울증이 오려고 해서 혼자라도 우..

사진 2021.07.21

저녁 무렵

저녁 무렵, 오늘은 노을이 보이지 않지만 해 넘어가려는 이 시간은 참 쓸쓸하다. 점심 때 아들들이 와서 밥 먹고 갔다. 안 오면 오라 하고 오면 빨리 가라 하고... 오후 약속도 미루고 점심 준비하고 있었는데 톡도 늦게 보고 1시 반이 넘어서야 왔다. 집에 온다고 하면 벌써 그 시간부터 기다리게 된다. 부모는 누구나 늘 그럴 것이다. 어둡기 전에 가라고 해놓고 가고 나면 밀려오는 이 허전함, 이 가슴 깊은 곳의 저릿함은 어찌할 수 없다. 빨리 각자의 가정을 이루면 덜 할 것인데...

그냥 202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