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봄비 내린다.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이맘때쯤의 봄비는
시각으로 청각으로 촉각으로 마음을 섬세하게 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감각의 기능이 무디어졌는지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비가 오는구나.
조금 어둡고 가라앉는 느낌이긴 하지만 우울하거나 슬픈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도 아니다. 그냥, 그저, 그렇다.
비가 올 날씨니 비가 오는 것이고 꽃이 필 시기가 되니 꽃이 피는 것이고...
기다림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참 평온하게 한다.
오전엔 청소를 하고 오후엔 컴퓨터 앞에 한 번 앉아볼까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그리움이나 기다림을 놓아버린 날은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지만
봄비 덕분에 집 앞 작은 모퉁이 카페에서 달달한 커피 마시고 봄이 오는 소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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