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하철 풍경 / 무엇이 옳은 것인가?

몽당연필^^ 2019. 4. 4. 21:53

 

 

 

 

아침 출근길 지하철은 빈 좌석이 잘 없다. 학생들이나 출근하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1호선을 타고 2호선을 갈아타야 하기에 아예 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서 있다.

오늘은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노인석 있는 곳이 아닌 중간 문으로 승차하셨다.

노인석도 빈 좌석은 없었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그 곳까지 걸어가시지 못할 정도였다.

서너 정거장을 갈 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바로 앞에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여학생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자리를 좀 양보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참았다.

 

다음 정거장에 내리기 전에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키지 않는 말을 한다는 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할아버지 어디까지 가세요? 라고 일단 물었으나 내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었다.

두류역에 내린다고 하신 것 같다. 나는 옆에 사람 들으라고 혼잣말을 큰소리로 하고 말았다.

노약자 배려석에 앉으신 분들은 좀 양보하면 좋을 텐데 아무도 양보를 안하네.’

그러자 옆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청년이 그게 아니고...’ 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할아버지를 못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괜히 내가 미안했다.

청년이 아침부터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괜히 말했나?

 

한 정거장을 앉아 가시고 할아버지는 내리셨다.

조금만 참을 걸 괜히 말했나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내려버리고 말았다.

내릴 장소가 아닌데 내려서 버스로 환승하고 지각까지 할 번한 출근길이었다.

내가 한 일이 흔들린다. 내 가치관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먼저 앉은 젊은 사람이 나중에 탄 노인들에게 왜 자리를 양보해야 되느냐고

젊은 사람들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달리고 밤잠 못자고 아침 출근길에

피곤해서 앉아가고 싶다고 항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공경이란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우리세대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배운

젊은 세대는 이렇게 가치관이 다르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 것인지? 요즘은 늘 이런 문제와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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