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버이 날 / 꾀병

몽당연필^^ 2018. 5. 9. 22:08

 

 

 

 

카톡이 문제다. 55일부터 사흘 연휴인데 특별한 약속이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어디 가서 밥 먹는다, 어디 여행한다, 현금 얼마 주더라, 자식 자랑을 하는데 난 가만히 있었다.

 

이틀째가 되어도 아무 말이 없어서 조금 섭섭한 마음으로 비 주룩주룩 내리는 일요일 혼자서 여행을 다녀왔다. 내가 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으니 어버이 날 꽃을 사 주겠지.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다른 선물 하지는 못 할테고...

 

사흘을 내리 놀고 58일 어버이 날 아침, 식탁에 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두 녀석 다 일어나지도 않고 자고 있고... 출근을 했지만 두통과 어지러움이 심했다.

 

오전 내내 아무 문자 하나 오지 않아서 그런지 어째서 그런지 머리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늦게서 내 좋아하는 빵게집 예약해 놨다고 큰아들에게 카톡이 왔지만 몸도 아프고 화도 나고 못 간다고 취소하라고 했다.

 

나이 들면 잘 삐진다더니 맞는 것 같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삼천 원짜리 카네이션 하나는 살 수 있겠다. 특히 작은아들에게 실망하고 섭섭하고, 너무 관대한 부모들과 너무 이기적인 자식들 모두에게 불만의 화살이 날아갔다.

 

자식들이 백 원 주면 백배 천배로 돌려줄 텐데 그것을 자식들은 모른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무슨 큰것을 바랄까? 아무리 바빠도 기념일이라고 있으니 그래도 잊지는 말아야 되는 것 아닌가?

 

괜찮다. 괜찮다. 돈도 없는데 놔둬라. 괜찮다. 괜찮다. 바쁜데 오지 마라. 부모님도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고 나도 그렇게 말은 한다. 그 말이 진심이긴 한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안 오면 섭섭하다.

 

아픈 김에 삐진 척 하고 누워 있었더니 가로늦게 카네이션 케이크와 내가 좋아하는 해삼과 회를 사 와서 세팅을 해놓고 애교를 부린다. 선물도 타이밍이 있는 거야. 버릇을 고쳐주려고 끝까지 먹지 않았다. 왜 이리 쪼잔하지? 애도 아니고 엄마가 이게 뭐지?

 

계속 어지러워 큰 병원에 가 봐야 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튿날 거짓말처럼 두통도 어지러움도 말끔히 나았다. 어버이 날 꽃 선물 안 해줘서 꾀병 부린 것 같다. 며느리 보면 이렇게 못하겠지? 아들아 고맙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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