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주버님의 문자...

몽당연필^^ 2018. 5. 23. 23:18

아주버님의 문자

 

 

 

생활에 긴장감이 풀리고 시간이 많다 보니 생각의 여유가 있다. 생각이란, 말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기에 자유롭다. 긴장감이 없으니 실제로 할 수 없는 것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몸이나 마음이 너무 편한 것 같다. 쓸데없는 상상을 많이 하는 걸 보니...

 

연이어 휴일이어서인지 요일을 깜빡 했다. 겸무 학교를 잘못 알고 간 것이다. 중요한 USB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어제 오늘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출근했고 학교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다행이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어떤 일에 집중을 하는 것인지 중요한 걸 챙기지 못할 만큼 산만한 건지 모르겠다.

 

종일 폰을 만지고 있었다. 수십 번 수백 번은 열어본 것 같다. 톡이나 문자나 즉시 답이 오지 않으면 뭔가 불안하고 걱정된다. 불안하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된 것은 톡의 답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늘 따라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전체 톡이나 공유 영상들은 왜 그리 많은지...

 

문안 인사도 마음 전함도 모두 붙여넣기다. 누구에게나 아무에게나 쉽게 바로 보낼 수 있는 이모티콘이나 그림 영상들 그래도 직접 쓴 글이 와닿고 직접 누른 문자가 더 와 닿는다. 남이 쓴 좋은 글 말고 마음을 담은 문자 한 통, 이 바쁜 세상에 무슨 소리?

 

쓸데없는 광고 문자는 왜 그리 많은지 짜증을 내면서 넘기는데 그중에 하나, 시골에 계시는 큰아주버님의 문자다. 한 번도 내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신 적이 없는데... 생신이 다가오기에 어제 다니러 갔었는데 이렇게 문자가 왔다.

 

연세 많으신 아주버님은 아주 가끔 전화로 통화를 하시는데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셔서 자판도 잘 못 외우실 텐데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잘 못 알아볼 정도의 오타가 있었지만 읽어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다. 이 문자를 보내시느라 한참을 폰을 만지고 계셨으리라.

 

내가 다른 문자를 기다리는 동안 아주버님은 제수인 나를 생각하며 한 글자씩 글자판을 찾아서 오타 나는 문자에 마음을 담으셨을 것이다. 항상 진심으로 우리를 생각해 주시는 아주버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아주버님과 형님이 계시는 큰집이 있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든든한데...

 

수많은 문자 중에서도 기다리는 문자가 있고 진심이 묻어있는 문자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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