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제 하루는 따뜻했네 / 두 남자^^

몽당연필^^ 2018. 1. 28. 20:50

 

 

 

 

 한 사흘 날씨가 엄청 많이 춥다고 해서 집에만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제자와 어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터였다.

그저께 삼천포로 빠졌다가 제자와의 약속 때문에 어제 일찍 왔다.

가끔씩 학생들과 밖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5, 6년 전 중학교 2학년 이었던가? 담임도 하지 않았었는데

그때 가르친 학생이 가끔 문자를 보내오곤 하더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수줍음을 많이 타고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던 그 학생은 재수를 하게 되었고

올해는 진로를 바꿔 교사가 되기로 하고 사대에 합격했다며 연락이 온 거다.

 

학교도 사회의 한 단면이니 일어나는 일들도 다양하고 학생들의 성향도 다양하다.

글로 쓰려면 참 쓸 것이 많지만 소재로 삼진 않게 된다. 고등학생이고 여학생들이다 보니

자칫하면 사생활 침해나 인권에 관련되기 쉽고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을 주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하거나 감동을 받을 때 기록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똑 같은 일상이 되풀이 되는 것은 별로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마음은 변치 않았을 텐데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태도가 다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요즘이다.

학생만이 아니라, 요즘은 무엇이든 해석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말이나 글을 조심해야 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감동을 받은 날이었다.

감동이란 그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리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아주 작은 것에라도 진심이 묻어 있다든지 나의 마음을 알아준다든지 하면

마음이 움직인다. 6년 전의 그 학생들이 아주 작은 화분을 들고 나타났다.

아마 몇 천 원짜리 화분이 아닐까? 그러나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꽃을 사려고 했는데 겨울이라 꽃 화분이 없었다고...

키가 훤칠 자란 청년의 모습이긴 했지만 아직 소년의 수줍음이 묻어있는 모범생이었다.

그 당시 담임이 아니어서 특별히 잘 해 준 것도 없고 열정을 바친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나를 기억해 주다니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왜 나를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나의 말은 모든 말이 진심인 것 같이 느껴졌다고...

정말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고 평소 내가 가장 가치를 두는 말이다.

제자가 선생님의 말을 모두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준다면 이보다 더

교사로서의 보람과 기쁨이 어디 있단 말인가? 모든 교사가 그럴 것이고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있지만 이런 생각으로 듣고 있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 문제아라고 분류된 학생들에게 열정과 시간을 다 바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교사의 일 뿐이다. 그래서 자격이 없나?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꼭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부끄러움과 감동으로 얼굴과 가슴이 뜨거웠다.

자격이 없는 것 같아 교단을 떠나려고 하는 이 마당에 두 학생과의 만남이

삭막한 마음과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해 주었다.

 

  

            <학생들 사진을 잘 올리지 않는데 자랑하란다.ㅎㅎ 살이 쪄서 더 보기 좋다며 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겠다고...^^>

 

 

    <정말 이렇게 작은 것에도 감동을 하는데 이런 내 마음을 알아 주는 이 없으니...  사대와 서울로 대학 진학하는 두 학생의 예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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