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그저께 작은아들과 나는 각각 혼자서 성탄전야의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우울한 음악을 듣고 있는 아들에게 전에 읽다 만 책 한 권을 슬며시 내밀었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 나이에 해당 되는 말은 아니다. 나는 늘 잘 되고 있었으니...^^
‘忙’-
현대인을 대표하는 글자라고 할 수 있다. 마음심(心)에 잃을망(亡)을 써서 바쁠 망이다. 바쁘다는 것은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보통 누군가와 만나기 싫을 때 바쁘다는 핑계를 대곤 한다. 사실은 바쁜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만날 마음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바쁘다는 말을 듣게 되면 ‘진짜 바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몇 번 그런 말을 듣게 되면 그로부터 마음은 멀어지게 된다. 만남이 별로 내키지 않을 때 가장 빨리 떠오르는 말은 ‘바쁘다’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바쁘다고 말하면서 모임도 만들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진짜 바쁜 걸까? 내가 그렇게 바쁘고 중요한 사람일까? 진짜 바쁘긴 하지만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 스케줄이 꽉 짜인 것도 아니다. 그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두고 늘 바쁘다고 한다. 외로워지는 것을 사전에 방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혼자’라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 혼자서 꼭 해야 될 일도 아닌 일을 하면서 바쁘다고 하는 것-
‘혼자’라고 하면 대개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 시킨다. ‘혼자’라고 하면 결함이나 부족을 연상시키고 특히 화합과 단결이 결여 된 성격이 안 좋은 뉘앙스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혼자를 즐기는 편에 속한다. 외로움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다른 하나는 솔리튜드(solitude)이다.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론리니스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솔리튜드라고 한다.
오늘부터 방학이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업무도 없다. 아무런 계획도 없으면서 또 바쁠 예정(?)이다. 바쁠 예정이란 말은 ‘혼자’ 있을 예정이란 말이다. 인생은 엄밀하게 보면 혼자 가는 것이다. 외로움은 그래서 모든 인간들의 숙명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삶의 순간들을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각자의 선택뿐이다. 나는 론리니스인가? 솔리튜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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