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몽당연필^^ 2014. 1. 11. 17:34

                                 

멀어지는 것들에게-

 

 

 

 

-배고픈 여우가 높은 나무에 매달린 먹음직스러운 포도송이를 보았다. 여우는 높이 뛰어올라 포도를 따 먹으려고 애써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포기한 여우는 태연한 척 점잔을 빼며 뒤돌아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잘 익은 줄 알았는데 아니야. 아주 신포도인 게 틀림없어.”-

 

눈이 나쁘고 피로하다는 이유로 책을 잘 보지 않는다. 새해가 바뀐 지 열흘이 넘었다. 해마다 11일 신문 1면에 대망의 해처럼 떠오르던 신춘문예 당선작- 인터넷으로 신춘문예 란을 보았다. 말만 들어도 가슴 떨리던 신춘문예... 그런 것들과 멀어진 지가 10여 년이 훨씬 넘었다.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면 그냥 글을 쓰면 될 건데 많은 문학 지망생들은 신춘문예에 열정을 다 바친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등단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지만 그래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신춘문예 등단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염원이다. 요즘은 2, 30대 푸르른 날에 문학에 열정을 쏟는 사람보다 나이가 들어서 지나간 삶을 반추하거나 경륜이 빚어낸 삶을 문학으로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땐 그랬었지. 이 말은 지금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열정이 식어간다는 건 서글프다. 무엇을 보아도 그저 무덤덤하다. 눈물이 나거나 화가 나거나 절실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래? 그래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이 얼마나 맥 빠지는 말인가? 언제부턴가 나는 이렇게 맥 빠지게 살고 있다.

 

인정을 받아서 뭐 할 것이며, 이겨서 뭐 할 것이며, 많이 알아서 뭐 할 것이며, 심지어 돈을 모아서 뭐 할 것이며, 사랑을 해서 뭐 할 것이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별로 부러울 것도 없고 흔들릴 것도 없고 답답할 것도 없다. 참 편하게 살고 있다. 해서 뭐하게? 해 봤자 별 볼 일 없어.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라도 통한 것일까? 아직 예순도 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치열함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마음에서 멀어지면 치열함이 사라진다. 빨리 포기하는 것과 끝까지 도전하는 것은 상반된 행동이다. 포기해서 마음이 평화로울 수도 있고 포기해서 억울할 수도 있다. 높은 나무에 매달린 먹음직스러운 포도송이는 정말 신포도일까? 혹시 능력 부족이면서 태연한 척 점잔을 빼는 배고픈 여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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