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가슴 저리던 날들은 지났다.
사람을 깊게 사귀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사귀려 애썼다.
직장에 충실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그냥 그렇게 바쁘게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것이 참 잘한 것 같았는데 아닌 것 같다.
이제 와서 보니 이 세상에 온전히 내 편인 사람이 없다.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이고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어떤 일을 하건 어떤 상황에서건 온전히 내 편인 사람,
잔소리 하고 꾸중을 하더라도 결국은 보듬어 주는 사람,
엄마, 아버지가 보고싶었다.
힘들고 짜증 날 때 생각나는 사람,
자식이나 남편이 아니라 엄마, 아버지가 보고싶었다.
산소에라도 갔다 오면 마음이 덜 허전할까?
고향 옛집엔 목련꽃 매화꽃 지고 산당화가 한창이고
반겨주던 큰언니도 없고 나이 든 조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
산소엔 멧돼지들이 흙을 파헤쳐 놓았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양자 들인 오빠도 세상을 떠났고 그 아들은 서울에 있고...
다 부질 없는 일이다.
산소 하나 살뜰히 보살필 사람 없는데...
팔암바위에서 우리 온 줄 아신다고 하던 아버지는
책가방 무겁다고 학교까지 들어다 주던 어머니는
그냥 그렇게 아무말 없으시고...
생각해보니 나는 참 불효를 한 거였구나.
부모님은 나로 인해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
남편보다는, 엄마가 아버지가 더 보고싶은 날들이다.
산소에 다녀 와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
봉분을 손봐야 할텐데 누가 선뜻 할 사람이 없다.
언니와 나도 마음뿐이고 실제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아들이었으면 당장 제대로 해놓고 왔을텐데...
이래서 딸은 소용없다.
아니 자식은 소용없다.
부모의 마음을 자식은 알지 못한다.
부모는 가고 그 자식이 부모되고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