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훈련병의 손편지

몽당연필^^ 2019. 4. 21. 18:08



불금이지만 한 주일 지친 몸을 끌고 일찍 집으로 왔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가 우편함을 봤다.

고지서와 안내문들 속에 하얀 편지봉투가 있다.

반듯반듯하게 글자를 정성껏 쓴 제자의 손편지다.

여학생들은 가끔 손편지를 쓰지만 남학생들은 잘 쓰지 않는다.

41일 논산 훈련소로 입영했는데 벌써 이렇게 편지를 보낼 수 있나보다.

 

청년의 글씨가 아니라 초등학생 같은 글씨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렇지, 2 그 때 그 글씨구나.

요즘은 어느 집이나 귀한 외아들이 많아서

군대 보내고 나면 부모도 아들도 한참동안은 참 힘들 것이다.

그러나 예전 같지는 않아서 기간도 길지 않고 통화도 할 수 있으니

나라를 위한 봉사활동이나 체험활동 한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편지를 보니 두 아들을 군대 보내던 때가 자꾸 생각이 난다.

석류꽃 피던 그 해 6월 군사우편이 찍힌 편지를 받고

그립고 보고싶던 형언할 수 없었던 그 감정들이 스친다.

매일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내고 손편지도 보내고 했었지.

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모범적이고 성실했던 제자는 당연히 잘 견디겠지.

 

생활관 훈련병 중에 같은 과 선배도 있고 고교동창 친구도 있다니

그래도 빨리 적응할 수 있겠다. 조용하면서도 친화력이 있었으니까.

시간이 더디 가는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금방이듯이

힘들고도 자랑스러운 군복무 마치고 오면 조금 더 멋진 청년이 되어있겠지.

몇 년 후 참되고 존경받는 교사가 되어 있을 제자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요즘 힘들고 지친 마음을 불금 저녁 제자의 훈훈한 손편지가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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