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천 원의 가치 / 물김치 한 통

몽당연필^^ 2018. 6. 22. 23:00

운동을 하고 마트에 들러서 야채를 살까 하고 둘러보았다.

언제나 생각하는 건데 농산물이 너무 헐값인 것 같다.

농산물이 너무 싸면 왠지 속상하고 안타깝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수확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간다는 것을...

 

단배추 한 단에 천원이다. 이 값은 누가 정한 것일까?

말이 한 단이지 무거워서 가지고 올 수 없을 만큼이다.

그것도 깨끗이 다듬어서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다.

밭 갈고 씨 뿌려서 솎아내고 물주고 뽑고 다듬고

봉지에 넣고 그렇게 해서 마트에서 단돈 천원이다.

농사를 지은 사람은 도대체 얼마를 받았을까?

 

요즘 열무나 단배추로 김치나 물김치를 가득 담아두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뭔가 든든하고 푸짐한 느낌이다.

거기에 된장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다.

그러나 야채는 반찬하기에도 손이 많이 간다.

 

싸다고 한 단을 사 오긴 했는데 늦은 시간이라

김치를 담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다음 날은 일이 있고 그 다음 날 가면 상할 것 같다.

데쳐서 배춧국을 끓일까 하다가 오래 둘 수 없으니

아들이 좋아하는 물김치를 담기로 했다.

 

대충 한다고 했지만 다 담고 나니 두 시간이나 걸렸다.

쌀가루 풀어서 끓이고 붉은 고추 좀 갈아 넣고

단배추 천 원어치로 김장김치용 긴 통에 가득이다.

마침 친구가 와서 좀 줬는데도 이렇게 많다.

 

물을 자작하니 부어야 맛있는데 아들은

국물을 많이 먹으니 그야말로 완전 물김치다.

천원으로 물김치 한 통 담아놓고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천원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평소 배춧단 보다 훨씬 많고 무거워서 한 단만 샀다

 

 

 넓은 싱크대에 가득이다

 

 

물을 너무 많이 부었다

 

 

김장용 긴 김치통에 한 통

 

 

대충 담아도 맛들면 먹을만할 것이다. 임무 완수^^

 

 

 맛이 들었다.(열무와 섞어서 담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열무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왜 이 시가 생각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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