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다-
했는데 벌써 열흘이다.
어제는 서울 예식장 다녀왔고
아침엔 강변 산책했다.
개망초꽃 피기 시작하고
기생초도 군데군데 피고 있다.
작년 이맘때나 재작년 이맘때나
같은 일기 쓰고 같은 사진 찍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꽃들
흔들림에 흔들림을 더하며
그래도 무너지진 않고 잘 견디고 있다.
그저께 백화점 가서 육백칠십만 원짜리
가방을 선뜻 예약하는 그녀를 보고
뒤돌아서서 지랄지랄돈지랄 했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고 그럴 수도 있는 거고
어제 강남 일 번지 무슨 예식장
억 소리 나는 호화 결혼식 모든 것이 최고급이라
입도 눈도 호강했으니 그럴 수도 있는 거고
금호강물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흐르고
개망초꽃, 기생초꽃 그 자리에서 반겨주니
변하는 건 변하라 하고 떠나는 건 떠나라 하면 된다.
아침 강변에 서면 내 마음 또한 그대로이니...
삶의 모든 것이 쌓여서 내 가치관이 되었고
네 가치관이 되었으니 그냥 그대로 다 옳은 것이다.
자기가 적격이라고 떠드는 선거유세...그렇겠지.
개망초꽃의 고요와 기생초꽃의 고요는 다르다.
그 고요를 안고 와서 내 고요를 만든다.
일요일 오후 네 시 어쩌다가 같은 시각
같은 고요를 느낀다면 평화가 될 수도 있고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어쨌든 유월 이맘때쯤엔
개망초꽃 기생초꽃 하얗게 노랗게 피어날 테니...
키가 커야 멀리 볼 수 있는데 언제나 낮은 곳만 보아왔으니.
일상-
냉장고에 남은 야채가 시들어가고 있다.
볶음밥을 할까? 김밥을 할까?
참 단순한 걱정을 하고 오랜만에 김밥을 말았다.
옆구리 안 터지게 김밥 한 장으로 재료들을
다 품을 수 있는 것 이것도 능력이다. 사랑이다.
얘들아, 일어나라 엄마표 김밥 먹자.
그렇지, 행복은 오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냉장고에 햄과 맛살이 없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땡초멸치 김밥과 아들이 좋아하는 깻잎참치 김밥>
<남은 재료 다 넣었더니 밥인지 나물인지 깔끔하지가 않네^^ >
<립스틱 짙게 바른 것이 기생초꽃> < 단장을 하지 않은 것이 금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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