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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문학관 / 김승옥, 정채봉

몽당연필^^ 2018. 6. 19. 21:52

     순천 문학관 / 김승옥, 정채봉

 

 

<2018.06.17. 순천 문학관>

 

 

역시 사람은 시간이 여유로워야 생활도 여유로워진다. 교재 연구할 것도 없고 상담할 학생도 없고 그냥 그날 출근해서 그날 일 열심히 하면 된다. 시간이 많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 휴일은 반드시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지론을 벗어났다. 평일엔 일찍 퇴근하여 운동까지 할 여유가 생겼다.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해보자. 순천만 갈대밭을 보고 온 지가 6년쯤 되었나? 무진 기행에서 무진이 상상의 도시라고 했는데도 거기 가면 무진이란 도시가 있을 것 같았다. 그땐 늘 그랬다. 회색의 도시, 안개에 가려진 도시, 맑고 투명해야 할 나이에 앞은 늘 안개였다. 누구나의 가슴 속엔 무진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동경 하던 그곳, 그 사람들, 글 한 줄을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했던가. 그래서 김승옥 작가를 만나고 싶었다. 일요일 갔는데 작가는 서울에서 월요일에 내려온다고 했다. 말을 잃은 작가는 일 년에 70여 일은 이곳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문학관의 부지는 아주 넓었지만 실제 살던 집이 아니고 요즘 어디 가나 비슷한 단정하고 정형화된 초가집의 형태였다. 같은 공간에 아동문학가 정채봉의 문학관도 함께 있다.

 

앞이 투명하지 못했지만 젊은 날 무진의 안개는 음험하고 삭막하게 읽지는 않았다. 나름대로의 낭만과 사랑과 고뇌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곳을 찾은 나는 변해 있었다. 왜 그때와 지금의 생각이 이렇게도 달라졌을까? 왜 그때의 감동이 전해지지 않을까? 똑같은 작품을 읽고도 생각이 이렇게도 달라지다니...

 

더운 여름 나무 그늘이 없는 넓은 마당의 삭막함을 주변의 습지, 아직은 초록의 갈대가 달래주었다. 보존과 개발은 언제나 대립적이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을 수만은 없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리라.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진중학교 음악선생을 사랑한다고 착각했던 '', 무진을 떠나면서 현실로 돌아 온 ''처럼 우리는 혼란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내 가슴 속에는 걷히지 않는 무진이 남아 있다. 그렇다. 누구나의 가슴 속에는 무진이 있다.

 

 

 

 

                                    김승옥(1941~     )                                                                        정채봉(1946~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