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광한루, 혼불 문학관
남원에 다녀온 지 한 주일이 지났는데
기행문은커녕 아직 사진도 올리지 못했다.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와 그 유명한 광한루를 한 바퀴 돌았다.
아마 외국이었으면 감탄을 많이 했으리라.
이제 눈을 호강시켰으니 입을 호강시킬 차례다.
남원의 한정식을 맛보기 위해 몇 곳을 검색했으나
그 맛집이란 걸 그리 믿는 편은 아니다.
일단 건물이 너무 큰 곳은 피했고 상호나
외관이 한국적인 곳을 선택했다.
일반 한옥집이었는데 음식도 깔끔했고 친절했다.
작은아들과 큰아들은 식성도 완전 다르다.
작은아들은 미식가이며 특이한 음식을 좋아하고
큰아들은 그야말로 토속적인 것을 좋아한다.
한식은 한 가지로 통일하여 주문해야 된다고 해서
홍어삼합 정식을 시키고 추가로 청국장을 시켰다.
요즘 어디나 너무 먹는 것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먹는 즐거움이다.
두 아들은 다른 사람들 관심받는 것을 싫어한다.
여러 사람들 있는데 먹는 사진은 제발 찍지 말라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탁하는 것을 싫어해서
심지어 셋이서 찍은 사진도 없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었다.
가게도 보이지 않는 혼불 문학관 가는 길에 서도역이 보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구 역사는 혼불 1권 101쪽에 나오는
혼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효원이 대실에서 매안으로
신행 올 때 내렸던 기차역이자 강모가 전주로 통학하면서
이용하던 역사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51세로 생을 마감한 최명희 작가의 혼불 문학관으로 이동했다.
두 번 다녀온 적 있지만 아들은 간 적이 없다고 하니 꼭 보여주고 싶었다
도중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역사이며
혼불의 중요한 문학적 공간이었던 서도역에 들렀지만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명희 작가의 일생을 찬찬히 읽어보던 작은 아들이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며 마루에 가서 쉬고 있었다.
뭔가 깨달은 건지 충격을 받은 건지 한참을 멍청하게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하고 전공과 다른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작은 아들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전주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과 남원의 혼불 문학관을 둘러보고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얼마나 뜨겁게 감동적으로 가슴에 새겼던가.
저렇게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재능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그러나 문학에 대한 재능이 없어서 다행히도 두 아들과
이렇게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문학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라고 한 작가의 그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낮의 길이가 길어서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곡성으로 향했다. 영화 ‘곡성’, 장미축제, 기차마을 등을
떠올리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유월 한낮 더위 때문인지
아들이 더 이상 못 걷겠다며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예쁜 커피집 하나 보이지 않았고
결국 다시 남원으로 들어와서 눈에 띄는 찻집을 찾았다.
한옥을 개조한 심플한 찻집이었는데 색다른 분위기였다.
역시 작은아들은 예술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드디어 남원 추어탕을 맛볼 차례다.
추어탕 집이 너무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
전에 한번 가 본 적이 있는 추어탕 집 상호가 기억나지 않았다.
안주인 이름을 딴 추어탕 집이었는데 너무 친절했고
고추장아찌가 맛있다고 했더니 일일이 싸 주시기도 했는데...
친구에게 맛집 추천을 받아서 간 곳은 엄청 큰 추어탕 집이었다.
주인의 인정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추어탕은 큰엄마표 추어탕이 제일이라며 별로라고 하면서도
아들이 추어탕을 좋아하니 포장까지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남원에서의 하루 아들과의 여행 즐겁고 뜻 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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