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신문기사를 보고 가슴 찡한 사연들을 스크랩한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사연이나 작은 글 한 줄에도 가슴이 찡해 오던 때가 분명 있었다.
나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쓸 때가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빨리 퇴근해서 글 한편 올려야지 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학생들에게 열정을 다하고 정말 사랑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집에 오면 생각나곤 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情이 작동하지 않고 할 말도 쓸 말도 별로 없다.
가식적이고 비판적인 말과 글이 가득 고여 있다.
세상이 변했는데 나라고 변하지 않을까?
가치관의 혼란, 혼돈으로 내 말이 맞다 라고 할 수가 없다.
9월 한 달 동안 블로그에 글 하나 올렸구나.
이 좋은 계절에 감동할 일이 없다니...
오늘 하루 온전히 혼자 있었다.
명절 전 이런 날씨 쓸쓸함마저도 못 느끼다니...
종일 청소하고 집안 정리하고 그저 그런 일상이다.
참으로 감동할 일이 없었나? 세상에 대한 반항인가?
내 마음의 문제다. 생각해 보니 있었다. 지난 주에...
졸업한 지 일 년 만에 작은 아들이 일을 해서 돈을 받았다.
전공과 거리가 먼 음악을 한다고 해서 나와의 거리도 멀어졌는데
정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돈을 벌었다고 나를 시내로 초대했다.
첫 월급이나 다름없으니 저녁을 함께 하고 빨간 지갑을 사주겠다고.
계모임에서 자식들이 무슨 메이커 가방 사준다고 자랑하는 사람
참 자랑할 게 없는가보다 했는데 알겠다. 그 마음ㅎㅎ
몇 백만 원 짜리 아닌 아주 작은 교통카드 지갑 하나에도
이리 고맙고 감동되는데 그 사람들 당연히 자랑하고 싶었겠다.
(그렇지, 세상 사람 모두가 역지사지 한다면... 오늘의 교훈 '역지사지'^^)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감동하는 아들 덕에 나도 덩달아 행복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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