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해놓고 아들을 깨우니 토요일이라네.
종일 밥을 차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 전화가 왔다.
늘 먹던 칼국수보다 오늘은 그래도 폼 좀 내자고
피자에 커피를 마시고 팔공산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는 바로 눈 쌓인 날에 타야 한다는 걸 알았다.
정상에 올라가는 7, 8분 동안 계속 탄성을 질렀다.
아, 제주도나 홋가이도를 가지 않고도
대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있다니...
자연은 역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준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흰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느 시인은 눈 오는 소리가 얼마나 신비롭고 설레었으면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했을까?
마냥 행복해 하며 감탄하다가 동화사로 간다는 것이
부인사(고려 초조대장경의 판각처) 방향으로 잘못 들었다.
때론 잘못 든 길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야말로 고즈넉한 부인사에서 마음이 더 맑아지는 것 같았다.
내려오는 길에 영화관엘 들렀다.
황정민 주연의 ‘히말라야’, 오늘 눈 참 실컷 보는구나.
안방에서 다큐멘터리로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눈으로 인해 행복해져 있던 마음이 침울해졌다.
내가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죽음일지라도 죽음 그 자체는 아름다움으로 남지 않는다.
산악인들의 뜨거운 우정과 열정에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했지만
눈에 대한 설렘과 가벼움이 두려움과 무거움으로 바뀌어 버렸다.
하여튼 오늘은 '팔공산'에서 '히말리야'에서 눈 실컷 본 날이었다.
<팔공산 식당은 웬 오리 음식집이 그리 많은지... 한 군데 보이는 파스구찌>
<팔공산 케이블카 / 팔공산 자락에 살아도 거의 20년 만에 타 보나?^^>
<카메라도 가지고 가지 않고 탄성 지르다 아름다운 설경 담지를 못함>
<팔공산 부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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