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돈 천원 아껴서 뭐하려고?

몽당연필^^ 2015. 12. 21. 18:22

 

 

                  <펌 사진>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가 내리는 걸 보고 그 앞으로 가니

아주머니와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 한 분이 내렸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할머니께 심한 욕을 하면서 내렸다.

늙어도 더럽게 늙었다고...상판떼기 어쩌고 하면서...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한테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았다.

 

친구에게 말했다. 저거 너무 심하지 않냐?

그랬더니 버스 안에서의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머니가 버스비를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없는

보훈가족 일회용 버스표를 내었다고 한다.

운전기사가 그건 못쓰는 것이라고 하며 버스비를 내라고 하니

할머니가 버스비를 내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일제히 할머니를 향하여

비난을 하기 시작했고 노인연금 받아서 무엇 하느냐고

무서울 정도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쩜 할머니가 정신이 없어서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니

아들 딸이 잘 산다고 자랑을 하면서 돈 내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버스비 얼마 한다고

그걸 내지 않으려고 하다가 저런 봉변을 당한다고 친구도 거들었다.

 

내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것이라서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를 비난하자니 뭔가 울컥하면서 원망스럽고 안쓰럽다.

돈 천원을 아껴서 뭐하려고 하느냐?

예전 내가 어머니께 많이 하던 말이다.

그 할머니는 돈 천원을 아껴서 뭐하려고 했을까?

동네 잔치집에서 어머니가 돼지고기 한 점을 몰래 싸와서

먹으라고 하면 그것이 그렇게 부끄러웠지만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었다.

 

노인을 공경하던 시대는 지났다.

노인이라고 법을 몰랐다고 하면 안 된다.

무조건 아껴서 자식이나 손주에게 주려고 하지 말고

떳떳하고 정당하게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자식들을 욕먹이게 하는 것이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사셨으니 이제 자신을 위해 좀 사셨으면 좋겠다.

이제 천원을 아끼는 것 보다 천원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자식들은 알까? 오늘 그 할머니가 천원을 아끼려고 한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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