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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이즈 크라임(Love is Perfect Crime) / 사랑은 완전 범죄야

몽당연필^^ 2015. 6. 6. 23:57

러브 이즈 크라임 / 사랑은 완전 범죄야

 

 

 

 

토요일이다. 현충일이기도 하고...(묵념 하나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고...) 공휴일이지만 디베이트 대회 준비 관계로 출근했다. 일 못하는 사람은 노는 날 꼭 일해야 된단다.ㅎ 한 주일 바쁘게 열심히 일한 후 주말 시원한 맥주 한잔의 여유 부리고 싶다. 그야말로 짜릿한 여유일 수 있는데 그것도 일 말끔히 끝내고 불러주는 짝꿍이 있을 때 말이다. 토요일 오후 이외엔 심리적인 여유가 없다.

 

나이가 들면 혼자 놀기도 궁상스럽다. 마칠 시간 휴대폰을 확인하니 쓸데없는 정보와 메르스 관련 문자, 전체 메시지만 난무하다. 오잉? 그 중에 하나, 친구가 영화를 가잔다.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오~예스~! 120분 차를 타야 상영시간 안에 도착할 수가 있다. 1시에 마치자마자 완전 육상선수보다 빨리 뛰어서 차를 타긴 했는데 너무 무리했나 보다. 무릎이 아프다.

 

그래도 상영시간 안에 영화관에 도착했다. 지난해 폐업 될 뻔한 동성 아트홀에서 친구와 만났다. 제목은 '러브 이즈 크라임'. 사랑은 범죄다. 완전 범죄... 토요일 오후 두 시대여서 밖으로 다 나갔나? 현충일이라서? 메르스 탓? 아마 흥행에 상관없는 독립영화관이라 그럴 것이다. 200석 영화관에 관람객이 친구와 나 단 둘뿐이다. 우리들의 극장이다. 대형 영화관보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이런 행운이... 최대한 편하게 다리도 좀 올리고...

 

영화의 첫 장면부터 강렬한 흡입력, 이 여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본 듯한 눈 쌓인 풍경과 중년의 멋있는 남자와 여대생의 아찔한... 그리고 긴장감을 조성하지만 묘한 여운을 남기는 음악... 그러고 보니 자막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의 표정 연기가 그대로 전달된듯 하다. 그렇다. 사랑은 자막 없이 표정으로 전달될 수 있다.

 

'러브 이즈 크라임', 섹슈얼 스릴러의 정점섬세한 소설 원작의 스토리, 치밀한 연출, 탁월한 연기 삼박자 시너지라고 광고한다. <러브 이즈 크라임>(감독 아르노 라리외, 장 마리 라리외)<베티 블루> 원작자 필립 지앙이 2010년 발표한 소설<인시던스>(Incidences)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 남자를 둘러싼 세 여자의 유혹과 사랑, 완전범죄를 그린 섹슈얼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인 설정과 공간 안에서 복잡 미묘한 인물들의 관계를 설정하여 긴장감을 형성한다. 스승과 제자, 남동생과 누나, 교수와 학부모, 하나같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관계설정으로 유혹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심리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 표현이 두드러진다.

 

영화의 스토리는 여대생들과 가벼운 잠자리를 즐기기로 유명한 지적인 이미지의 문학교수 마크(마티유 아밀릭)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대학 내 한 여대생의 실종사건이 발생하며 마크와 그를 둘러싼 여자들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든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골적으로 유혹해 오는 여대생 '아니', 유일한 가족이자 아내 같은 미묘한 관계의 누나 '마리안', 실종 여대생의 젊고 아름다운 의붓어머니 '안나', 이 여자들로 인해 교수 자리도 내놓아야 할 만큼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잘생긴 바람둥이 교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주위에 많으니...

 

끈질긴 젊은 여대생의 유혹도, 누나의 은밀한 유혹도 다 뿌리치면서 결국 가장 위험한 '안나'와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안나'는 실종 여대생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었다. 범인임을 알고 위장해서 접근하지만 마크는 이를 모른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많은 여자들 중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관계였고 체포되기 직전 결국 '사랑은 완전 범죄'란 말을 남기고 밀월 여행을 떠난 바다 위 방갈로에서 자폭하고 만다. 사랑이란 주관적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유혹해도 사랑의 감정은 하나인가보다. 그런데 안나의 그 우수어린 독특하고 복잡미묘한 표정이 강하게 남는다.

 

장면 하나하나가 한 컷의 예술사진 같아서 계속 감독을 떠올리게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설경과 대학의 아름다운 유리로 된 건축물과 문학을 강연하는 교수 마크(마티유 아밀릭)의 모습, 사람을 죽인 범인이란 걸 잠시 잊고, 스릴러라는 걸 잠시 잊고...프랑스 언어가 어쩜 그렇게 부드럽게 다가오는지... 영화에 관해선 이해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극장을 통째로 전세 낸 둘만의 영화 관람, 차가움과 뜨거움이 녹아든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