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가을비

몽당연필^^ 2014. 11. 30. 17:33

가을비

 

 

                                    (펌 사진)

 

 

 

가을비는 갈색이다.

가을비는 앙상하다.

 

가을비는 오는 게 아니라 가고 있다

갈 채비를 하라고 갈 비가 내리는 것이다.

 

가을비는 똑똑 떨어지지 않고 실타래처럼 풀려서 내린다.

흑백사진 낡은 그리움 흩어져서 질척거린다.

 

어디서 끊어야 될지 머뭇거리다가 생각이 이어지고

마음이 이어지고 그리움이 이어진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나뭇잎 하나 뚝 그리움을 끊는다.

 

가을비는 촉촉함이 아니라 바스락함이다.

적시고 적셔도 스며들 수 없는 메마른 언어이다.

 

가을비는 마음속을 통째로 울리는 첼로의 연주이다.

울려서 울리고야 마는 텅 빈 떨림이다.

 

설레던 모든 것을, 뜨겁던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되돌이표이다.

 

차갑게 떨어지는 눈물방울이다.

문밖으로 멀어져 가는 당신의 발자국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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