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오랜만에 눈물 흘린 날 / 영화 '국제시장'과 '님아 그 강을...'

몽당연필^^ 2014. 12. 21. 03:40

 

 

 

나를 바쁘게 하던 토요방과후 수업이 모두 끝났다. 쫑파티로 사제동행 영화관람을 하기로 했다. ‘국제 시장을 본다고 했다. 제목이 뭐 그래? 하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니 무조건 시간이 된다고 했다. 오랜만에 시내 나간다고 옷을 차려입고 10, 영화관 앞에서 기다렸다. 선생님들 세 분은 일찍 와서 기다리는데 이 눔들 끝까지 말썽... 다섯 명이 30분이나 늦게 도착...

 

밖에서 떨다가 편안한 의자에 깊숙이 앉으니 얼마나 따뜻하고 편안한지... 바쁘게 보낸 일 년의 끝, 무엇이든지 돌아보면 아쉽고 고맙고 미안한 맘이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노부부( 황정민, 김윤진 분)가 부두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첫 장면, 주인공 덕수는 선장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잡고 있던 손녀의 손을 놓치면서 과거 전쟁 중 남으로 피난을 하면서 업고 있었던 여동생을 놓친 기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 가족끼리 헤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목숨을 지키려고 가족을 보호하려고 필사의 힘을 다하는 아버지와 덕수, 그러나 함께 배를 타지 못하고 헤어지고 만다. 헤어지면서 아버지가 한 말... 너는 이제 가장이다. 어머니와 두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흥행 영화의 필수배경인 전쟁과 사랑, 이별, 뻔한 이야기겠구나! 하면서도 첫 장면을 보는데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을뿐더러 봐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 허구의 이야기에 감정이 몰입되지 않거니와 아무 때나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것이 왠지 부끄럽기도 하다. 허긴 감정이야 맘대로 잘 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데 상업적 뻔한 이야기의 첫 장면부터 눈물을 흘리다니... 어쩜 영화가 감동적이거나 장면이 슬퍼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이렇게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워서가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토요일이니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는데 언제나처럼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 약속이 있으니 다시 잘 수도 없고 컴퓨터를 켜서 어제 있었던 중대한 뉴스를 검색해서 보았다. 잠깐만 보려고 했는데 두 시간을 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온갖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댓글들을 보고 이 사람들 속에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살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미안하다는 생각,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이 땅을 지켜준 사람, 묵묵히 견디어 준 사람, 자신보다 자식들을,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 준 사람, 자신을 희생해서 조국의 발전을 가져온 사람, 무식하다고, 쥐뿔도 모른다고 무시당하면서도 똑똑한 아들을 똑똑한 동생을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해준 사람... 이 땅의 아버지-

 

전쟁, 흥남부두, 1.4후퇴, 미군구호물품, 국제시장, 꽃분이네 가게, 파독광부와 간호사, 남진노래. 월남전, 이산가족 찾기, 국기하기식...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언급해서 신구 세대들이 서로 이해를 하도록 메시지를 던진다. 짧은 시간 안에 이 많은 사건들을 축약하다 보니 덕수의 따뜻한 마음과 심리를 좀 더 깊게 다루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이산가족 찾기 부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산가족 찾기 영상은 언제 어디서 봐도 눈물 나는 것이다.)

 

작품성 운운할 입장은 못되고 우리 근대사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 젊은 세대들은 알고 있을까?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나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지만 다른 사건들은 들어본 세대다. 아버지 세대를 위로하진 못할 망정 욕되게 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 장면. 가족들은 덕수의 생일잔친가? 에서(곧바로 다른 영화를 봐서 헷갈림) , 아들, 손자, 손녀 모두 즐겁게 노래 부르고 웃고 있는데 덕수 혼자 다른 방에서 아버지의 옷을 부여잡고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그러나 참 많이 힘들었습니데이라고 하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참 많이 힘들었지예?' 라고 누군가 위로해 주면 좋겠지만...

 

 

<영화관 나와서도 계속 울고...>

 

                                                                 

 

*** *** ***

 

모두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떡볶이 집으로 가서 배를 채우고 일단 학생들을 보낸 뒤 우리 네 명은 커피를 마시고 2탄을 보기로 했다. 모두 바빠서 영화관에 올 시간이 잘 없을 테니 온 김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눈물을 흘린 김에 한 번 더... 처음에 제목을 들을 때 공무도하가를 영화화 한 것인 줄 알았다. 다큐먼터리 영화이니 아무래도 상업성이 가미된 재미는 덜 했다. 98세의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사랑과 죽음... 본질적인 문제를 깊게 생각하도록 하기에 머리가 아팠다.

 

앞의 영화는 눈물을 흘렸어도 슬프거나 우울하진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기분이 가라앉아서 한참 동안 우울했다. 그래서 슬픈 영화는 싫다. 실제 상황이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이유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면이것보다 더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영화 속의 할머니는 열네 살에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열세 살에, 열아홉 살 우리 아버지와 결혼을 해서 74년을 함께 사셨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 엄마의 대변을 다 받아 내셨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6개월 뒤에 뒤따라 가셨고... 감정 고갈인지 요즘은 눈물 흘릴 일이 잘 없는데 이래저래 오늘은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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