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어머니의 거짓말 (1) / 칭찬은 진술을 거부하게 만든다

몽당연필^^ 2013. 9. 7. 15:36

 

 

 

'우리 아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소변 검사를 해서 흡연을 안 했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보건소에 검사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그저께 수학여행 가기 전 날, 흡연 문제로 학교선도위원회가 열렸다. 길가는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 달라고 해서 집단으로 흡연을 하는 것을 순찰을 하던 군인이 목격하고 학교에 신고를 했다. 1, 2학년 무더기로 걸렸고 진술서가 있어서 인정만 하면 30분 안에 끝날 회의였다. 벌써 몇 번째 걸린 녀석들도 있었고 모두 평범한 녀석들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대장격인 '' 바로 밑에 있는 힘센 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만 죽어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고 인정을 하지 않았다.

 

일곱 명이 모두 피웠다고 하면 교내봉사 몇 시간으로 끝나는데 한 명이 억울하다고 호소를 하니 처음부터 한 명씩 다시 조사를 하고 진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처음 쓴 진술과는 다르게 한꺼번에 있으니 모두가 그 짱 그룹의 힘센 녀석은 가장 늦게 와서 안 피운 것 같다고 입을 맞추었다. 평소 담배를 피우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이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걸고 결백하다고 울기까지 하면서 부인하니 참 황당하고 '정말 결백한 건 아닌가?'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어머니는 자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인 줄 알고 담임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아이의 말만 믿으니 담임은 참 안타깝고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집에서 하는 언행이 학교에서 행해질 텐데 정말 전혀 다르다는 말인가? 모든 학생, 모든 교사가 다 그 아이를 행실이 안 좋다고 지목해도 어머니는 아니라고 하니 학교생활을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면 좋겠다.

 

과연 그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교해서 집에 가면 어머니가 따뜻한 밥 해놓고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까? 부모는 겨우 자기 전 컴퓨터 앞에 있는 아이를 본 적뿐이 아닐는지? 교복이 교칙에 어긋나고 책이 가방에 없고 말끝마다 욕이 나오는데 우리 아이는 담배도 피우지 않을뿐더러 거짓말할 아이가 아니라고 하니...

 

 

선생님 말을 어떻게 그렇게도 믿지 않는지? 내 자식을 부모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냐고 했다. 부모의 사랑이 담긴 말 같지만 자식 앞에서 선생님 말을 믿지 않는 부모를 둔 아이는 학교 와서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믿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여행 준비도 해야 되는데 회의가 두 시간 이상 길어졌다. 교사들은 참을성이 많아야 하고 화를 다스릴 줄 알아야 된다. 그 아이가 아무리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어도 감정적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소리를 지르거나 인격을 모독해서도 안 된다.

 

나쁜 일을 저질렀을 때 보통의 아이들은 겁을 먹고 잘못했다고 하고 용서를 구하지만 이미 여러 건에 연루되고 경험이 많은 못된 문제아들은 거짓말부터 먼저 하게 된다. 증거를 대보라는 것이다. 학교가 경찰서도 아니고 교사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진술서나 증거 확보하는데 시간을 다 뺏길 정도다. 1차 적인 잘못도 잘못이지만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그 불량한 양심에 화가 난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저렇게 집요하게 아니라고 하니...

 

그러나 여기서 그만두게 되면 아이의 거짓말은 더 커지게 되고 아예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끝까지 잡아떼면 된다는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 부모님이 한 몫을 하는 것이다. 아이 앞에서, 교사 앞에서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만약에 아니면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자기의 잘못을 시인할 것인가? 이런 부모의 아이들은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태도도 고쳐지지 않는다.

 

여섯 명의 진술을 다시 받고 다시 조사하고 숨긴 담배 갑 이름을 증거로 대고 교사들의 눈물어린 충고를 받고 드디어 세 시간 만에 진술을 했다. 자신도 흡연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