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넌 왕따가 아니야

몽당연필^^ 2013. 8. 21. 19:55

넌 왕따가 아니야!

 

선생님 왜 밥을 혼자 드세요?

선생님 왕따예요?

, 나 아무래도 왕따인가 봐.ㅎㅎ

바쁜 일이 있어서 혼자 늦게 밥을 먹고 있으니

녀석들이 놀리며 하는 말이다.

 

요즘 학생들의 가장 고민이고 문제 되는 것이 왕따라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제일 부끄러워하고 무서워한다. 혼자 있으면 바로 '왕따'라는 낙인이 찍혀 버리게 된다.

 

카톡이 일반화되면서 더욱더 왕따 현상이 문제를 일으킨다. 개인의 모든 정보까지 함께 공유하다 보니 그곳에 참여하지 못하면 왕따가 되는 것이다. 여러 명이 한 명을 공격하거나 소외시키면 그 학생은 왕따가 되고 심한 상처를 받게 된다.

 

왕따라는 말이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히면 그 말 자체에 눌려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개학하기 이틀 전 집을 나간 녀석이 오늘 드디어 등교했다. 체구가 아주 작고 왜소하고 영악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조금 느린 소심한 중2 여자아이, 남 앞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늘 외톨이로 보이고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

 

수소문해서 이 아이가 가끔 복개천에 나가서 논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저께 그 무덥던 날 한낮에 긴 복개천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나 하는 불길함에 불볕더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한낮에 딸 아이가 혼자서 거기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 정보를 들은 이상 거기를 가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언니야 집으로, 어느 교회로 녀석 찾아 십리 길... 드디어 어제 저녁 특공작전으로 다른 학교 운동장에서 찾았다.

 

개학이 두려웠을 것이다. 혼자 있어야 하는 학교에 오기 싫기도 했을 것이다. 카톡에서 그나마 친했던 몇몇 친구들이 문자 답장이 늦다고 학교에서 보자라는 협박성 말을 남겼다고 하니 그것도 두려웠을 것이다. 이 아이는 남에게 대항할 만큼 똑똑하지도 못하고 힘도 없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결석도 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왕따가 아닌데 왕따로 바라보는 그 시선이 두려웠을 것이다. 왕따가 되는 학생이나 어른들이나 관찰해보면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긴 하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 자체를 무슨 큰 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가도록 하는 학교 분위기 자체도 문제인 것 같다. 우리도 학교 다닐 때 반에서 혼자 노는 학생 한두 명은 있었다. 그러나 성격이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지 왕따라고 특별 관리하고 왕따끼리만 놀도록 친구 그룹 만들어 주고 그러지는 않았다. 이렇게 특별 관리를 하다 보니 이 학생들은 완전히 왕따 그룹으로 낙인이 찍혀 버리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학창 시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나서거나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성격 탓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내 자리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그냥 쉬는 시간에 떠들고 장난치고 하는 것 보다 혼자 책을 본다거나 조용히 있는 것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굳이 누구와 친해지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혼자 있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아마 지금 같은 분위기였으면 영락없는 왕따에 속했을 것이다. 왜 혼자 있다고 왕따라고 하는가? 왜 혼자 있는 학생들을 놀리고 괴롭히는가? 여럿이 모이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할 수도 있고 그건 개인의 성향이고 취향인데... '왕따'라는 이름을 붙여서 소외시키는 그들의 심리부터 치료해줘야 하는데...

 

윤아! 혼자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라. 세상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기 의견 강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재바르지 않지만 넌 규칙을 어기거나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하지 않으니까 너 자신을 못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젠가는 너의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을 거니까. 우리 내일 웃으면서 다시 만나자꾸나.

 

-너에게 짧은 편지 한 장 쓰려고 했는데 엉뚱하게 글이 이렇게 길어져 버렸네.

이제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