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단상 / 그 녀석의 발톱

몽당연필^^ 2013. 3. 18. 22:19

그 녀석의 발톱

 

아침 조례 시간 -

이틀 놀고 와서인지 두 학생의 태도가 더욱 흐트러져 있다. 우리 반에서 가장 과잉 행동을 하는 이 녀석들 똑바로 앉아 있질 못한다. 이 중에 한 녀석은 반장으로 선출되어 조금 좋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잠시 복도에 나간 몇 초 사이 슬리퍼가 맨 앞에 앉은 학생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맨 뒤에 앉은 우리 반 꽃미남 그 녀석이다.

 

키도 크고 얼굴도 하얗고 귀티 나게 잘 생겼는데 언행이 너무나 예의 없고 거칠다.  2주일간 부드럽게 타일렀는데 변화가 전혀 없다. 약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화가 나서 슬리퍼를 들고 그 녀석의 머리 위로 던질 뻔 하다가 참았다. 그러나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완전 정색을 하고 심하게 꾸중을 했다. 이 녀석 집에 간다며 책가방을 싸는 게 아닌가.

 

1학년 때부터 가장 지도하기 난감한 학생이었지만 크게 꾸짖을 수도 없다고 했다. 요즘은 교사들도, 지도해서 되지 않으면 포기하라는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끝까지 바로 잡아 주려고 하다가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는 현실이다. 과잉행동 장애라고 할 만큼 언행이 거칠어서 몇 번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제 우리 반 학생이니까 어떤 방법을 쓰든지 바로 잡아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이성을 되찾고 잠시 침착해야 했다. 조용히 녀석의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생활지도실로 손을 잡고 가는 와중에도 거친 언행이 계속 되었다. 일단 둘이 마주 앉자 조금 진정되었는데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상담을 하면서 자세한 가정 사정을 알게 되었다. 녀석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이전 부모님이 이혼했다고 했다. 덩치만 컸지 아직 애기 같은 이 녀석, 마음이 짠했다. 등을 토닥여 주자 그때서야 눈물을 흘리며 울먹였다.

 

모두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했다. 집에 일찍 가도 아무도 없어서 친구들이나 형들과 어울려 게임방에 가고 아침밥은 안 먹은 지가 오래 되어서 배가 고픈 줄을 모른다고 했다. 바지를 걷어 올리니 무릎과 발에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 웬 상처냐고 물으니 그저께 넘어져서 다친 상처라고 했다. 넘어져서 다친 상처 치곤 너무 큰 상처였는데 약도 바르지 않고 그냥 두어서 부어올라 있었다. 아버지께 말하면 맞는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 전 아버지와 통화 중 어머니가 안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가 안 계시고 가끔 할머니가 돌봐 주고 계시는데 요즘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고 말썽을 부려서 걱정이라고 하셨다. 뭔가 이상했지만 더 이상 다그치지 않고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하려고 양말을 벗겼다. 오늘이 월요일인데 양말은 신은 지가 일주일쯤 된 것 같다. 발가락 사이에 꼬질꼬질 떼가 끼어 있고 발톱은 몇 달을 안 깎았는지...

 

기다랗게 자란 발톱과 손톱을 깎아 주며 가슴이 저려 왔다. 혹여 상처를 받고 마음의 발톱을 세우고 있지는 않는지 녀석보다 내가 더 녀석의 어머니를 한참 원망하고 있었다.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자식이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지 자식이 아침밥을 먹지 않고 다니는데 본인은 밥이 넘어가고 있는지... 아무리 복지사가 도와주고 아버지가 돈을 주어도 이런 세세한 것에 눈길을 주는 따스한 어머니의 정이 얼마나 필요할 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