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다
나는 꽃이 아니다.
꽃처럼 아름답지도 못하거니와 꽃처럼 아름답게 보일 나이도 지났다. 대체로 여자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 꽃처럼 보이길 원한다. 어디서든 꽃 대접 받길 원한다. 물론 나도 포함된다. 요즘은 누구나가 성형수술을 쉽게 생각하는 추세다. 방학을 마치고 나면 몇 몇 학생들의 모습이 달라져 있다. 얼굴이 꽃이 된다고 마음까지 꽃이 될 수 있을까?
직장에서나 다른 조직에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밀려날 때 일단 꽃이 아니어서 그렇다고 외모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진 취업 준비생들은 기를 쓰고 꽃이 되기를 원한다. 일단 외모 꾸미기, 아니 외모 바꾸기부터 먼저 준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각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내면보다 외면이 먼저 보이니 첫인상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내면이 외면을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서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떠한 꽃도 향기나 품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이는 색깔이나 모양만 꽃을 닮으려고 노력한다. 눈이 좀 컸으면, 코가 좀 높았으면. 얼굴이 좀 갸름했으면... 그랬으면 내가 취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승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으면 사랑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역할에 따라 가끔은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는 향기나 자태는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 생활이나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소위 ‘따돌림’이라는 것이 일어난다. 특히 학교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엔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적으로 요즘은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잎이라도 아름다워야 한다. 비록 화려한 꽃이 아니라도 향기나 자태가 아름다우면 모든 사람들이 가까이 두려고 할 것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내 외모 그대로를 가꾸는 것조차 등한시 하면 안된다. 꽃 피지 않아도 물주고 가꾸고 아름다운 마음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주위엔 당연히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내게 맞는 빛깔과 향기가 있게 마련이다. 자세히 볼수록 아름다운 작은 풀꽃도 있고 잎만으로도 충분히 꽃 역할을 할 수 있는 풀이나 나무도 있다. 꽃이 아니어도 꽃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꽃이 아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얼굴만 꽃이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마음도 꽃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당연히 향기로운 인품이 주변을 향기롭게 할 것이다.
어쩜 나는 꽃이 아니어도 꽃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인품이 향기로운 것은 아니다. 주위에서 얼굴과 달리 ‘공주과’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공주는 아니다. 나는 활달하지도 않고 싹싹하지도 않고 영악하지도 않다. 예쁘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 ‘나’는 그냥 무던한 ‘나’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도 그렇게 말한다. 나의 향기가 있긴 한지, 어떠한지 그건 모르겠다.
‘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다.’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다.
(2011.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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