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단상 / 설날이다 - 명절증후군?

몽당연필^^ 2013. 2. 8. 22:43

           

 

                                                 

모레가 설날이다.

오늘 종업식 하고 일이 많아 늦게 퇴근해서 선물 사러도 못 갔다.

내일 아침 일찍 시댁에 가야하는데 설이 가깝다는 걸 잊고 있었나보다.

선물은 무엇을 사가야 할지 돈을 얼마 드려야 할지 신경이 쓰인다.

모든 며느리들은 시댁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공통점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길거리 현수막에 '명절 증후군 부부갈등 해소'라는

문구가 보인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도 명절증후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시어머니 길들이기' 라는 글에 많은 며느리들이 공감의 댓글을 달아놓은 걸 보았다.

전화를 자주 하라거나 자주 오라고 하는 시어머니는 애초부터 길들여야 한단다.

아예 명절증후군의 원천인 제사를 모시지 않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집안들도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시어머니가 아니다.

아직 며느리 입장이지만 이전부터 시어머니 편을 들어주는 입장이다.

그래서 며느리들한테 욕먹거나 착한 척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인품은 어디에서건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댁뿐만 아니라 어느 집단에서건 대체로 연장자나 경력자를 예우하고

그 집단에서 어른의 말을 듣는 것이 도리이고 상식이다.

어른이 돌아가시고 나면 자기식대로 고치면 될 것이다.

 

똑똑한 며느리들이 많아서 시집가자마자 그 집안의 전통을 바꾸려고 하고

시댁에 반기를 든다면 서로가 피곤해지고 시댁증후군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실 나는 '명절증후군'이란 단어사용 자체가 못마땅하다.

명절뿐만 아니라 주말에 등산이나 여행을 갔다 와도, 체육대회를 해도

생일잔치나 손님접대를 해도 큰 행사를 하고 나면 증후군은 있기 마련이다.

안 쓰던 근육을 쓰고 나면 몸이 아픈 건 당연하다.

사람을 대하다 보면 어디에서건 스트레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메스컴에서 유독 명절증후군에 대해 떠들고 확대시키는 것 같다.

 

일 년 365일 중에 명절이 도대체 몇 번 있다고 그것을 가지고 그렇게

문제를 삼는지 남도 아닌 가족끼리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음식 하는 것, 시댁 가는 걸 그렇게도 싫어하고 우리의 전통인 명절조차

아름다운 풍습이 아닌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잠 한숨도 안자고 일 한다고 해도 이틀 사흘인데 그것을 하기 싫어하고

힘 든다고  하니 제사를 다 없애는 것이 맞긴 하겠다. 

그러면 시부모도 없애야 하는 건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활동도 하는데 정성들여 만든 음식 조상 섬기고

사랑하는 자기 남편, 자기 자식, 자기 가족들 입에 들어가는데

왜 그리 짜증 내고 스트레스 받으며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 든다.

이렇게 말하면 너는 얼마나 잘 하느냐고 비아냥 될 수도 있겠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시댁에 가고 싶지도 않지만 당연히 해야 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명절 날 시댁 가서 제사음식 하는 것은 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넷째다. 맏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할 말도 없다. 언제나 맏이가 힘든다.

일찍 가지 않으면 큰 형님이 다 해놓으시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야 한다.

며느리들이 많은데 왜 내가 더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 그 때부터 명절증후군은 시작된다.

 

착한 척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건 나의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가르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은 사랑하는 내 딸이기도 하다. 

내 며느리는 바로 내가 가르친 내 딸이다.

며느리한테 대우 받으려면 내 딸을 잘 가르치면 된다.

내 아들 내 딸을 가르친 대로 내게 돌아올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며느리들을 욕하지 않는 훌륭한 시어머니가 되든지...

이러다가 아들 장가도 못 보내고 모든 며느리들한테 돌팔매 맞는 건 아닐까?

 

가족끼리 모일 수 있는 설날, 시댁 식구도 가족이란 것,

그래서 가족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설날이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