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다듬잇돌 / 맞아야 제 구실을-

몽당연필^^ 2012. 11. 24. 10:08

 

다듬잇돌

 

날씨가 추워졌다.

베란다 청소를 하다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봐 왔던 다듬잇돌에 눈이 갔다. 어머니가 열세 살에 시집 와서부터 쓰시던 다듬잇돌이니 백 년이 다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시골집 마루 귀퉁이에 언제나 묵묵히 근엄하게 자리하던 묵직한 다듬잇돌, 가끔씩 이불호청이나 아버지 무명 바지 저고리를 반듯하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공들여서 두드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다. 맞아야 제 구실을 하고 두드려야 반듯해지던 것들... 이제 사랑으로 두들겨 주는 사람도 맞아야 할 것들도 사라져 버리고 다듬잇돌은 제 구실을 잃어버리고 베란다 한 귀퉁이에서 꽃나무 받침용으로 하릴없이 앉아 있다.

 

여태껏 우리 집 베란다에 다듬잇돌이 있는 줄도 모르고 꽃나무만 바라보고 있었다. 학생들한테 맞아도 학생들을 체벌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지금 중학교 2, 3학년 교실은 그야말로 무질서와 방종이 판을 치는 곳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관용이 베풀어지는 곳이 중학교 교실이 아닌가 싶다. 매를 들어야 반듯하게 된다는 말은 미개인이 하는 말이 되었다. 교편(敎鞭)도 교사(敎師)도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금 어른이 해야 할 일이, 교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거실이 아닌 베란다 한 구석에서 제 구실을 잃은 다듬잇돌처럼 우리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지...

사랑으로 두드려 주던 사람, 맞아야 반듯해지던 그 시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