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단상 / 뽀뽀 사건 - 지금 학교는

몽당연필^^ 2012. 6. 30. 22:10

뽀뽀 사건

 

                     

 

               

 

학기 말이라 할 일은 엄청 많은데 녀석들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교무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시끌벅적 장터 같다. 남녀공학에다 한 학년이 열두 반이 되다 보니 경찰서도 아닌데 갖가지 사건 사고가 끊일 날이 없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교사들은 여간 힘 드는 게 아니다. 의무보다도 권리를 주장하는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많지만 체벌이 없어지다 보니 훈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상벌점 제도가 있긴 해도 큰 효과를 얻지 못한다. 교사는 아무리 화가 나도 폭언이나 비속어를 쓰면 안 되고 학생들에게 어떠한 벌을 주어서도 안 된다. 심지어 소리도 함부로 질러서는 안 된다.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의 인권보다도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시대다. 반면 학생들은 욕을 예사로 하고 태도 오만불손이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물론 다수의 학생들은 이쁘고 착하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아마도 학교 밖에서는 학생들의 이런 태도를 잘 모를 것이다.

 

얼마 전에는 참 웃지 못 할 사건인지 웃어야 할 사건인지 하여튼 이름 하여 뽀뽀 사건이 일어났다. 도덕적인 가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므로 몇 년 후에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공공장소이고 학교생활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는 문제보다 심각하다. 1, 2 가장 호기심이 많고 이성에 눈을 뜰 나이다. 남녀 합반인 1학년에 한 남학생이 전학을 왔다. 전학을 오는 날 아침에 흡연으로 걸린 이른바 이라고 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남학생이 잘 생겼다는 것이다. 담임 샘은 완전 비상이 걸렸는데 여학생들은 완전 난리가 났다. ‘나쁜 남자의 정확한 뜻을 설명해 주고 잘 생긴 남자의 단점도 얘기해 주고 아무리 분위기를 가라앉히려고 해도 관심은 온통 전학 온 남학생에게 있었다. 며칠 전 수업시간에 쪽지 주고받는 것을 빼앗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남학생과의 관계에 얽힌 내용이었다. 그것을 적은 여학생이 결사 비밀로 해 달라고 해서 일단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건은 바로 이틀 뒤에 일어나고 말았다.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복도에서 한 여학생이 전학 온 남학생에게 뽀뽀를 했는데 그 남학생도 그만 같이 뽀뽀를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이런, 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사건의 발단을 조사해 보니 그 반에서 전학 온 남학생을 두고 삼각관계가 벌어졌는데 그 중 불리한 여학생이 사건을 계획적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며칠 전 빼앗은 도와 줘란 쪽지가 바로 이 사건을 꾸미기 위한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유행하는 쪽팔려 게임이란 게 있다고 한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진 사람에게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은 전학 온 남학생을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꾸민 시나리오였으며 친구들이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일부러 쪽팔려 게임을 해서 여학생에게 뽀뽀를 하도록 시킨 것이다. 쪽지 들킨 날 그 여학생을 추궁했어야 했는데 나의 불찰이었다.

 

당사자인 여학생과 남학생이 교무실로 불려왔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난리가 났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여학생은 회심의 미소까지 짓고 있는 게 아닌가? 학교 내에 소문을 내서라도 그 남학생의 사랑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용기(?)...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복도에서 좋아하는 남녀가 뽀뽀를 한 경우, 어떤 벌칙을 내려야 하나? 결국 풍기문란 조항으로 교내 봉사 5시간의 벌이 내려졌다. 급기야는 남녀가 손을 잡고 등교하지 말라는 엄명까지 내려졌다. 이 나이에도 아직 남자 앞에 서면 떨리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대담하다. 자기중심 위주의 교육이 빚은 결과이다. 사고를 치고 교무실에 불려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얼버무린다.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규칙이나 공공질서를 무시하고 나만 좋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고- 이 사고에 동의를 해야 젊은 사고일까? 이런 일이 사실 몇 년 되지 않아 예전의 장발 단속처럼 우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랑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도덕의 가치 기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