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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노트 북'을 보고 - 사랑, 그 아름다운...

몽당연필^^ 2012. 7. 22. 11:33

 

 

    

 

    

 

 

 오늘 2012년 7월 21일 이다.

떠나보낸다는 건 언제나 가슴 시리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어서 보내고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면 헤어짐도 없는 것일까?

한참을 웅크리고 앉았다가 잠 자지 않는 방법으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일전에 누가 이 영화를 추천해서 다운 받아놓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했다.

평소에 영화를 잘 보지 않고, 집에서는 더군다나 드라마나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지만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볼 시간은 있는 걸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마도 두 시간 정도 화면을 보며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떨어지나 보다.

집에서 오늘처럼 이렇게 영화에 빠져서 온전히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계속 여운으로 남는다.

노년의 노아 캘런(남자 주인공)과 치매에 걸린 앨리 해밀튼(여자 주인공)이

병원 침대에서 손을 꼭 잡고 함께 눈을 감는-

손을 잡고 자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기 하니 숨을 거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이해력 부족, 백조떼가 무리지어 하늘 저 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노아의 마지막 한 마디, 난 당신을 만날 거야.-

 

이 영화의 제목이 ‘노트북’ 이란 건만 알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일반적인 노트북의 기능만 생각하고 있었다.

추천하는 것으로 봐서  ‘어떤 아름다운 기록인가 보다’ 아니면

 ‘현대인의 삭막한 정서나 첨단기기를 매개로 하는 사랑 이야기인가?’ 라고만 생각 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이야기나 배경이 아날로그적이고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많아서

제목을 그대로 '공책'이나  ‘일기장’ (촌스럽다고 하겠지^^)으로 번역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줄거리만 보면 첫사랑, 전쟁, 신분의 차이, 부모의 반대 등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지만 단순히 흔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뛰어넘어서 가치 있는 이야기로

전달 될 수 있는 것은 구성 방식에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노아가 알츠하이머병(치매)에 걸린

앨리에게 옛 기억을 되살리도록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 주는 방식인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열 일곱 맹목적이고 아름다운 사랑보다는 노년의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서 보게 된 것 같다.

 

첫 장면- 노을이 아름답게 물든 강변인가? 잔잔한 호수인가?

붉은 노을빛과 잔잔한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짐작하게 한다. 

멀리 사라지는 배와, 지는 해, 날아가는 새,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치매를 앓고 있는 여주인공 앨리,

머지않은 날 어쩜 나의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그러나 앨리는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무런

아름다운 추억 하나 간직하고 있지 않은 내 삶의 팍팍함에 씁쓸함이 감돈다.

 

열 일곱 풋풋한 첫사랑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랑 장면을 보면서 계속 느낀 건데 내가 영어를 좀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아름다운 단어와 느낌으로 말했을것 같은데 번역이 분위기를 살려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  

오래 전 ‘병 속에 담긴 편지’ 를 읽고 나도 한번 편지를 써서 강물에 띄워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바로 그 소설을 쓴 니콜라스 스파크스 원작 소설 ‘노트북’을 영화화 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벌써 몇년 전 영화인데 생활이 바쁘다 보니 이런 사랑이야기에 관심 가질 시간도 없이 삭막하게 살아 왔다.

 

열 일곱살 노아의 전부를 흔들어 버린 그녀 앨리,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는 노아,

자신을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첫사랑 노아에게 돌아온 앨리, 세월은 흘러서 황혼의 나이에 이르고 

앨리는 치매증상으로 점점 모든 기억을 잃어간다. 그녀가 세상의 전부였던 노아는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일기장을 남겨둔다. 그녀만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위해...

이야기를 읽어주자 앨리가 잠시 기억을 떠올려 '아, 생각났다. 그게 바로 우리였잖아요.' 라고 말했지만

금방 이 남자가 누구냐고 소리지르는 앨리를 보며 애틋한 연민의 눈으로 지켜보던

백발이 된 노아의 그 표정이 오히려 너무나 애틋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사랑하면 이렇게 평생 끊이지 않는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걸까?

"난 비록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영혼을 바쳐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

"얘들아, 사랑하는 너의 엄마를 병원에 혼자 둘 순 없어, 여기가 집이야. 네 엄마가 나의 집이야."

이보다 더 감동적인 말이 있을까? 이것은 미국 소설가가 쓴 글이지만 현대 우리사회의 병폐를 돌아보게 하는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사사하는 바가 크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죽을 때까지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추억이 되고 추억은 인생의 황혼기에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되어 간다.

죽음을 앞 둔 황혼의 시간, 가진 전부가 된 추억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하는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오랜 시간 지속되는 사랑이 불가능한 것 같이만 보이는 현대인들에게

 ‘노트북’은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그 사랑을 지켜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영화라 할만하다.

 

모두가 동경하는 사랑이지만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왜 이제야 이 생각이 나지?  4년간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아예 생각지도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지, 우리 아버지도 4년간 치매에 걸린 우리 어머니를 끝까지 간호하고 어머니 돌아가신지

딱 6개월 만에 그 뒤를 따라 가셨다. 바로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았던 사랑인데

열일곱 아름다운 사랑에만 감동해서 가장 가까운 이의 사랑법을 놓치고 있었다.

 

이야기가 빗나가지만 열세 살, 열아홉 살에 만나서 불같은 사랑 없었어도 73년간을 함께 한 부부,

치매 걸린 어머니의 답답한 행동을 다 받아 주시고 대소변을 직접 받아내신 위대한 아버지가 계셨다.

그래서 앨리를 바라보던 안타까운 노아의 눈빛이 어디선가 본 듯 했다.

아,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구나. 아름다운 열일곱 사랑 이야기가 없구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죽기 전에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계속 떠오르는 가슴 찡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추억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앨리가 노아를 잠시 알아보았다.

앨리가 누워있는 병실에 간호사 몰래 들어가서(묵시적으로 도와주는 간호사도 아름다웠다.)

서로가 두 손을 꼬옥 잡고 함께 잠든 모습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노아가 앨리에게 하는 말,  잘 자요. 난 당신을 만날 거야. -

                                                                               (2012. 7. 22. 잠 못 드는 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