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전화 오는 데도 없고 말할 데가 없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김치 가져가라고 톡을 했더니
오늘 시간 맞춰 큰애와 작은 애 둘이 함께 온다고 했다.
3주일이 되었나? 보고 싶고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렇다.
맛집 돼지양념 불고기를 가지고 온다고 했지만
아들 오는 날이라고 아침부터 반찬 해놓고 기다렸다.
평소 톡을 잘 보지 않는 작은 아들이 먼저 왔다.
기차타고 내려서 형과 함께 만나서 온다고 하더니
시내버스를 타고 먼저 집에 도착했다.
작은아들은 딸처럼 살갑지만 진로와 취업 문제 때문에
한동안 너무 속상했고 신뢰가 무너져 상처를 주기도 했었다.
그래도 지금은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고 밝게 잘 지내고 있다.
작은아들이 버스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버스를 탔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다고 한다.
양쪽 손엔 무엇을 잔뜩 드셔서 흔들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셨다고 한다.
제일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들이 자세히 보니 한 손에는 할머니 영정(?) 사진과
또 한 손에는 바나나와 바나나 과자, 바나나우유 등을 잔뜩 들고 계셨다고 한다.
앞으로 얼른 달려가서 할아버지 짐을 받아주고 자리에 앉게 했다고 한다.
딱 봐도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라 그 광경이 가슴 찡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마 할머니 산소나 할머니와 연관된 장소에 가는 길이거나
돌아오는 길 아니었을까 짐작이 갔으며 평소 할머니가
바나나와 관련된 것들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버스 기사는 빨리 자리에 앉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냈다고 했다.
혹시 치매 환자이거나 술 취했거나 그렇게 보여서 그런거겠지.
아니었다고 단지, 연세가 들었고 거동이 좀 불편해 보였을 뿐이라고...
'엄마, 사람들은 왜 그럴까?'
연세 드신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보면
자동적으로 반사적으로 자리를 양보하거나 도와줄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거나 예의 없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렇지. 그런 마음은 저절로 나오는 거지. 그것이 기본 소양이지.
오늘은 하고싶은 잔소리를 덜 하고 아들의 모습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평소 내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은 아들이 대견하게 보였다.
톡 답을 빨리 주지 않는다고,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고
기본 소양이 없다고 화내고 섭섭해했으나 내가 너무 지적만 하는 것은 아닌지.
늘 내 마음속에 우리 아들은 기본 소양은 되어있다고 믿고 있다.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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