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제와 오늘

몽당연필^^ 2020. 5. 16. 18:25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꽃비는 언제 내렸더라?

벌써 오월,

3개월간 아직 학생 없는 도서실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할 일이 없다.

오월 녹색비,

그리움으로 내린다.

적막 속에 문 열고 가만히 비내리는 풍경 바라본다.

 

 

 

오늘은 근무기간 중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문자 몇 개로 위로를 받고 카네이션 꽃도 없이

간소한 특별 도시락 하나로 스승의 날을 대신한다.

 

 

 

 

집에 오니 친구가 농사 지은 참외가 기다리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스승님께 참외 한 박스씩 선물하고

나눠먹으려고 주문한 참외가 참 예쁘기도 하다.

법 때문이라고, 코로나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변해 버린 문화가 조금은 아쉽다.

 

 

 

오늘 토요일,

약속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가하다.

며칠 전 단배추 한 단에 백원 한다고 해서 석 단 사둔게 있다.

천원이 아니라 100원, 그래서 300원치를 샀다.

 

 

 

한 단은 배춧국 끓여먹고 200원치의 단배추로 물김치를 담았다.

이러니 누가 힘들게 농사를 지으려고 할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잠시만 움직이면 이런 물김치가 한 통이다. 참 예쁘다.

 

 

 

싸다고 사 둔 오이도 상하겠다.

3개 천원, 3천원어치, 모두 잘라서 오이 김치를 담았다.

앗, 고춧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실패!ㅎ 그래도 김치 두 통 풍요롭다.

 

 

 

사는게 별거더냐?

몇 천원으로도 이렇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김치 두 통 담고 나니 어제의 무겁던 마음들이 가라앉는다.

아쉽다고 말하지 말자.

예쁜 마음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예뻐보이는 법이다.

풍경도 사물도 김치까지도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