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꽃비는 언제 내렸더라?
벌써 오월,
3개월간 아직 학생 없는 도서실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말 한마디 할 일이 없다.
오월 녹색비,
그리움으로 내린다.
적막 속에 문 열고 가만히 비내리는 풍경 바라본다.
오늘은 근무기간 중 마지막 스승의 날이다.
내 나이가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문자 몇 개로 위로를 받고 카네이션 꽃도 없이
간소한 특별 도시락 하나로 스승의 날을 대신한다.
집에 오니 친구가 농사 지은 참외가 기다리고 있다.
스승의 날이라고 스승님께 참외 한 박스씩 선물하고
나눠먹으려고 주문한 참외가 참 예쁘기도 하다.
법 때문이라고, 코로나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변해 버린 문화가 조금은 아쉽다.
오늘 토요일,
약속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가하다.
며칠 전 단배추 한 단에 백원 한다고 해서 석 단 사둔게 있다.
천원이 아니라 100원, 그래서 300원치를 샀다.
한 단은 배춧국 끓여먹고 200원치의 단배추로 물김치를 담았다.
이러니 누가 힘들게 농사를 지으려고 할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잠시만 움직이면 이런 물김치가 한 통이다. 참 예쁘다.
싸다고 사 둔 오이도 상하겠다.
3개 천원, 3천원어치, 모두 잘라서 오이 김치를 담았다.
앗, 고춧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실패!ㅎ 그래도 김치 두 통 풍요롭다.
사는게 별거더냐?
몇 천원으로도 이렇게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김치 두 통 담고 나니 어제의 무겁던 마음들이 가라앉는다.
아쉽다고 말하지 말자.
예쁜 마음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예뻐보이는 법이다.
풍경도 사물도 김치까지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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