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구, 3월의 눈

몽당연필^^ 2018. 3. 8. 23:07

3월,

봄이 저만치서 오는 줄 알았다.

꽃망울이 터지려나 했는데

밤사이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었다.

창밖의 환상적인 모습에 아들들을 깨웠다.

 

출근을 서둘러 하면서 길이 미끄러워도 기분이 좋았다. 

휴교령이라도 내리려나 했는데 버스는 정시에 도착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오후에는 못 볼 것 같아서

동구청 앞에서 내렸다. 다음 버스를 탈 생각을 하고...

 

다음 버스를 타고 학교 부근에서 내렸다.

새로운 학교 길이 아직 낯선데

온통 흰눈으로 덮여 있어서 잠시 길을 잃었다.

아니, 아무도 밟지 않은 예쁜 길이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그런데 계속 가도 학교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이런...

다시 돌아서 눈길을 걸으며...

30분 정도 늦었지만 그래도 다급하진 않았다.

길이 막힌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알고 있었다.ㅎㅎ

무엇이든지 흔치 않으면 귀한 것이 된다.

참 귀한 눈이었는데 역시 오후엔 다 녹아서 질척질척...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